좋은문화병원 신장내과 허수정 과장

아파도 말 없는 콩팥, 콩팥 질환은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자각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콩팥은 갈비뼈 아래 등 쪽 좌우에 하나씩 자리 잡고 있다. 강낭콩 모양의 어른 주먹만 한 크기지만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정교한 필터링 시스템을 갖춘 장기다.

몸속에서 일종의 정수기 역할을 하며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내고, 우리 몸에 쌓이는 독소를 매일 분리해 배출한다. 하지만 콩팥은 기능의 절반 이상이 손상될 때까지도 특별한 신호를 보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콩팥을 '침묵의 장기'라고 부른다.


오는 12일은 '세계 콩팥의 날'이다. 전 세계적으로 콩팥 질환자가 증가하면서 콩팥 건강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2006년 세계신장학회와 국제신장재단연맹이 제정했다. 콩팥 건강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조기 진단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날이다.

콩팥은 단순히 소변을 만드는 장기가 아니다. 우리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 소변으로 배출하는 것은 물론, 체내 수분량과 전해질 균형을 조절한다. 또한 혈압을 조절하는 호르몬을 분비하고 적혈구 생성을 돕는다. 비타민 D를 활성화해 뼈 건강을 유지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이런 이유로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단순히 소변 문제에 그치지 않고 빈혈, 골다공증, 고혈압 등 전신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만성 콩팥병은 콩팥 손상이나 기능 감소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문제는 많은 환자가 자신이 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점이다. 몸이 붓거나 식욕 감퇴, 구토, 거품이 많은 소변 등의 증상이 나타난 뒤에야 병을 알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때는 이미 콩팥 기능이 크게 저하돼 투석이나 이식이 필요한 단계에 이르기도 한다.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말기콩팥병의 가장 큰 원인은 당뇨병이다. 전체 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당뇨병으로 인해 콩팥 기능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다음으로는 고혈압과 사구체신염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비만 인구 증가와 함께 약물 과다 복용, 조영제를 사용하는 검사 증가 등으로 콩팥 손상을 겪는 환자도 늘고 있다. 다행히 당뇨성 콩팥병의 진행을 늦추는 신약이 개발되면서 치료 선택지는 점차 넓어지고 있다.


만성 콩팥병 치료의 목표는 이미 손상된 콩팥 기능을 완전히 회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남아 있는 기능을 최대한 유지하고 질환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있다. 이를 위해서는 빈혈, 전해질 불균형, 요독증 등 합병증을 함께 관리하는 치료가 중요하다.


콩팥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혈압 관리가 중요하다. 증상이 없더라도 수축기 혈압을 130∼140㎜Hg 이하로 유지하면 질환의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식습관 개선도 필요하다. 한국인은 평균적으로 하루 15∼20g의 염분을 섭취하는데 이는 권장량보다 많은 수준이다. 콩팥 질환이 있는 경우 하루 소금 섭취량을 5∼6g 미만으로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단백질 섭취다. 단백질은 근육 형성과 면역 유지에 필요한 영양소지만 신장 기능이 저하된 경우 과도한 단백질 섭취는 오히려 콩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특히 근육을 키우기 위해 단백질 보충제를 과하게 먹는 것은 신장 기능 악화를 초래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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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적인 운동 역시 도움이 된다. 다만 콩팥 기능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과도한 운동은 근육 손상을 일으켜 단백질이 콩팥으로 흘러 들어가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걷기나 수영, 고정식 자전거 타기처럼 큰 근육을 리듬감 있게 사용하는 운동을 꾸준히 하며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고혈압이나 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은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1년에 한두 번 정도 신장 기능 검사와 단백뇨 검사를 받는 것이 권장된다. 콩팥 질환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관리와 치료가 훨씬 수월하다. 조기 진단이야말로 콩팥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좋은문화병원 신장내과 허수정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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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취재본부 조충현 기자 jch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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