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파스퇴르연구소, 병사들 DNA 분석
발진티푸스 아닌 장티푸스열·재귀열 때문

1812년 러시아 제국을 침공한 나폴레옹 군대를 몰락시킨 요인 중 하나인 전염병은 알려진 것과 달리 발진티푸스(typhus)가 아니라 장티푸스성 열(enteric fever)과 재귀열(relapsing fever)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Institut Pasteur) 니콜라스 라스코반 박사팀은 2002년 리투아니아 빌뉴스의 집단 매장지에서 발굴된 나폴레옹 병사 13명의 치아에서 추출한 DNA를 분석한 결과, 장티푸스성 열과 재귀열을 일으키는 두 가지 병원체의 DNA를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나폴레옹 군대 병사의 두개골과 병사 제복 단추. Michel Signoli, Aix-Marseille Universit

나폴레옹 군대 병사의 두개골과 병사 제복 단추. Michel Signoli, Aix-Marseille Univers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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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년 여름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50만~60만명의 대군을 이끌고 러시아 제국을 침공했다. 나폴레옹 군대는 모스크바 점령에 성공했으나 철수하는 동안 굶주림과 추위, 전염병을 겪으면서 그해 12월에는 살아남은 병사가 수만 명에 불과할 정도로 전멸했다. 이 전쟁은 이후 나폴레옹 제국 몰락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나폴레옹 군대에 퍼진 전염병의 정체는 수 세기 동안 논쟁거리였다. 당시 의사와 장교들은 기록을 토대로 이 전염병이 발진티푸스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이 주장의 근거로는 나폴레옹 군대 병사의 유해에서 티푸스 매개체인 몸니가 발견되고, 티푸스 원인균 DNA가 검출된 것 등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팀은 최신 분석법을 동원해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라스코반 박사는 "옛날 DNA는 아주 짧게 조각나 있어 PCR 기술로는 분석이 어렵지만 이번 연구에서 짧은 조각까지 포착 가능한 최신 분석법으로 더 넓은 범위의 병원 DNA를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연구팀은 병사들의 치아에서 장티푸스성 열을 일으키는 살모넬라 엔테리카와 역시 몸니를 통해 전파되는 재귀열 원인균 보렐리아 리커렌티스의 DNA를 확인했다. 반면 병사들의 유해에서 발진티푸스 흔적이나 병원체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특히 연구팀은 병사에게서 나온 보렐리아 리커렌티스 균주가 약 2000년 전 영국 철기시대에 존재했던 균주와 같은 계통에 속하는 것이라는 사실도 함께 밝혀냈다.


라스코반 박사는 "고대 DNA 분석 기술은 감염병 진화를 밝혀내는 강력한 도구"라며 "200년간 묻혀 있던 나폴레옹 군대의 전염병 원인을 현대 기술로 찾아내고 진단할 수 있다는 게 흥미롭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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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게재됐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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