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직만 늘어" 전문가 비판하는 금융당국 개편…혼란 이어질듯
여당 추진하는 금융당국 개편안 혼란 이어져
감독기구 여러개로 분산돼 정책 효율성 떨어질 가능성
고위직 자리만 늘어나
결국 기재부가 최종승자 될 것이라는 평가도
여당이 추진하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으로 고위직 자리는 늘어나는 반면 당초 목적인 금융정책 독립성 강화 및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은 오히려 퇴보할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야당 반대에도 여당이 오는 25일 정부조직법안을 처리하기로 한 가운데 금융감독원 직원들은 대규모 반대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라 현장 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전문가들 "정책 독립성·효율성 약화 우려"
구민교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17일 국민의힘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기재부·금융위 조직 개편안 토론회'에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감원 등을 해체하고 분리하는 방식의 정부 조직 개편 작업이 금융 정책의 독립성과 재정 정책의 안정성을 동시에 약화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기재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하고 금융위를 해체해 금융감독위원회로 개편, 금감원에서는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분리하는 내용의 정부조직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구 교수는 "이번 조직개편이 정책 일관성이나 재정 건전성 확보보다는 관료 조직 간 권한 재배분과 정치적 고려가 크게 작용한 결과"라며 "이는 긍정적인 결과보다는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더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대표 발의한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에 따르면 신설되는 금감위는 위원 10명으로 구성되는데 이는 기존 금융위원 9명보다 1명이 늘어난 숫자다. 금융위에 비해 조직은 반으로 축소되는데 고위직은 오히려 늘어나는 것이다. 금감위 산하에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가 신설돼 여기에도 고위직 자리가 생긴다.
금감원도 금소원이 분리되면서 오히려 임원이 증가한다. 현재 금감원은 원장 1명, 부원장 4명, 부원장보 9명 등 임원이 14명인데 금소원으로 분리되면서 전체적으로 임원이 17명으로 늘게 된다. 늘어나는 임원 자리에 여당과 가까운 인사가 배정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원과 직원들이 지난 1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 로비에서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고, 금감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분리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결국 기재부가 최종 승자"…야당과 금감원 노조도 반발
당초 기재부의 힘을 줄이려고 추진됐던 여당의 조직개편안이 오히려 기재부 고위공무원의 자리가 늘고, 권한은 오히려 키우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부조직개편안이 시행되면 최후의 승자는 기재부"라며 "기재부에서 분리되는 재정경제부에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이 통합되면서 1급 자리가 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금융정책 조직이 재경부로 넘어가면 정책 효율도 낮아질 것으로 봤다. 김 교수는 "금융위의 금융정책 조직이 재경부로 넘어가면 정책 효율성이 낮아질 것"이라며 "금융위가 하고 있는 혁신금융, 서민금융, 주택금융, 생산적 금융, 자본시장, 관세 등 수많은 현안 대응을 제대로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에서 금소처를 떼고 금소원을 신설하는 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금소원을 신설해도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기업의 금융 진출, 해외 스테이블 코인 및 지급결제(애플페이·알리페이 등) 업체들의 국내 진출 등을 제대로 규율하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금소처를 금감원에서 떼면 IT업체의 금융 사업과 해외 스테이블 코인 업체 등을 제대로 감독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소비자보호도 제대로 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도 여당의 정부조직 개편을 비판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장은 "이번 개편안은 금융기관 종사자, 금융위 공무원 누구도 말할 수 없는 분위기에서 일방통행식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정무위 소속 국민의힘 위원 누구도 사전에 협의를 받은 적 없다"고 지적했다. 김도읍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를 분리했지만, 예산과 재정 기능을 떼어낸 경제 정책 총괄은 불가능하다는 점이 확인된 바 있다"며 "과거 정부가 실패한 길을 다시 걷고 있다"고 꼬집었다.
금감원 노조와 직원들도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금감원 직원들은 금소원 분리 및 공공기관 지정에 반대하며 지난주부터 아침 출근길에 본관 로비에서 시위를 지속 중이다. 18일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국회 건너 한국산업은행 인근에서 직원 700여명 이상이 모여서 대규모 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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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16일 임원회의에서 "금감원은 공적 기관으로서 정부 결정을 충실히 집행할 책무가 있다"며 사실상 조직 분리를 수용할 뜻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금감원 비상대책위원회는 "금감원과 금소원이 분리되면 감독기구 간 책임회피와 전가가 일어나 오히려 금융소비자의 피해만 늘어날 것"이라며 "이 원장이 이런 상황을 무시한 채 정부 결정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뒷전으로 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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