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세 통번역대학원 입학,미 대통령 통역 맡아
예고·성악 전공, PD 꿈꾸다 진로 바꿔
배우자는 미국 에너지부 차관 지낸 인사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우리나라에서 전업주부로 살다가 두 아이의 엄마였던 33살에 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에 입학, 현재 미국 대통령의 통역을 맡은 드라마 같은 인물이 있다. 한미정상회담을 할 때면 늘 미국 대통령 곁에 바짝 붙어 앉은 여성, 미국 국무부 이연향 통역국장(69)이다. 미국 대통령의 통역을 맡는다고 하면 미국에서 성장했을 것 같지만, 사실 한국에서 성장한 '토종'이다. 미국 타임지는 그를 '알려지지 않은 영웅'이라고 칭한 적이 있다. 미국 측에서는 보통 '닥터 리'라고 부른다. 60여 명의 상근직, 1000명의 통번역가를 계약직으로 둔 국무부 통역국의 책임자를 지내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오른쪽 여성이 이연향 국장이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오른쪽 여성이 이연향 국장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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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고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성악과에 진학한 그가 대학을 졸업하기 전까지 가본 외국은 외교관이었던 아버지(이재우, 주이란 초대 무관)를 따라 이란에서 국제중학교에 다닌 것이 유일했다. 결혼 이후에는 유학 간 남편을 따라 미국에서 2년 정도 생활했다. 원래 꿈은 방송국 PD가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대학 졸업할 즈음에 TBC(동양방송) PD 시험을 보려고 원서를 받으러 갔다. 그런데 "여성은 PD를 할 수 없다"며 대신 아나운서 지원서를 줬다. 거들떠보지도 않고 돌아왔다. PD가 되겠다는 꿈이 산산이 조각난 날이었다. 1남 1녀를 낳고 전업주부로 살던 1989년, 친구가 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입학을 권유했다. 이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33세 최고령 입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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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몬터레이 통번역대학원에 한영과가 생기면서 교수가 됐다. 2년 정도 근무한 뒤 귀국하려고 당시 중학교 3학년생이던 딸의 특례입학을 알아봤다. 그런데 당시 우리나라 고등학교에서 이렇게 얘기를 했다고 한다. "아버지를 따라가 외국에서 공부한 아이들은 특례 입학 대상이 되지만, 엄마를 따라가 외국에서 공부한 아이는 특례 입학 대상이 안 된다. 규정이 그렇다." 여러 노력을 했지만 '규정'은 막판까지 높은 허들이었다. 그때 "이렇게 남녀 차별이 심한 사회에서 내 아이들을 교육할 수는 없다"라고 생각하고 미국에서 살기로 결정한다. 몬테레이 통번역대학원에서 8년 정도 교수로 근무한 뒤 2003년 미국 국무부 한국어 통역관 프리랜서로 일한다. 2년 정도 근무한 뒤 귀국해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교수로 5년 간 학생들을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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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엔 국무부 전속 통역사가 됐다. 한때 60여 명의 상근직, 1000명의 통번역가를 계약직으로 둔 통역국 책임자도 지냈다. 바이든 대통령 시절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그녀와 그녀의 팀 없이는 일할 수가 없다. 단어의 의미뿐 아니라 어감, 또 강조점까지 전달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통역한 일은 현장이 끝나면 완전히 잊어버리는 것이 이 국장의 지론이다. "통역은 뉘앙스와 저의(底意. 밑에 깔린 그 진짜 뜻), 이런 게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에 거의 가감 없이 직역에 가깝게 통역한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적이 있다.


2016년쯤 미국 에너지부 차관을 지낸 마크 멘제스와 재혼했다. 2019년 부친의 부고 기사에 마크 멘제스의 이름이 나온다.

PD 꿈꿨던 전업주부에서 미국 대통령 통역까지…이연향은 누구인가[시사쇼] 원본보기 아이콘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kumk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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