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이달 중순 예상했던 의약품 관세
정치외교 이슈에 내달 이후로 밀릴듯
원료의약품 비축·공장 신속 허가 등
현지 생산 유도 가속화

미국의 의약품 관세 부과가 정치·외교 이슈로 연기됐지만 의약품 산업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접근은 점차 구체화하고 있다. 결국 전략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는 원료의약품 생산 기지를 현지로 불러들이거나 공급망을 전략적으로 넓히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美 관세 진짜 목표는 '원료의약품 현지 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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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업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이달 중순으로 예고했던 미국향 수출 의약품에 대한 품목 관세 부과 조치는 수주가량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러시아 정상 간의 회담과 연이은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 논의 등이 영향을 줬다. 당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반도체에 이어 의약품에도 최대 250%의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의약품 관련 관세안은 내달 이후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 일정에 따라 속도는 조절되고 있지만, 방향성 자체는 분명하다. 백악관은 최근 주요 26개 원료의약품(API)을 6개월 치 비축하라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현재 미국은 자국 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이 10% 수준에 불과하다. 이번 전략 비축 조치는 보관 문제와 짧은 유효기간 등으로 인해 바이오 의약품이 아닌 주요 케미컬 의약품에만 적용됐다. 케미컬 의약품의 원료는 고형·분말 형태로 수년간 보관이 가능하지만 바이오 의약품은 냉동 보관해도 유효기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로 중국·인도·유럽·한국 등 전 세계에 분산돼 생산되는 원료의약품을 미국이 전략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는 미국이 왜 원료의약품 공장을 필요로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당시 API의 글로벌 수급이 막히자, 국내 치료제 공급에 직접적인 차질이 발생했다. 단기적으로 케미컬 의약품은 비축, 바이오 의약품은 생산기지 유치로 나눠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FDA(식품의약국)는 최근 해외 제약사의 미국 내 공장 설립을 지원하기 위해 '프리체크(PreCheck)'라는 신속 인허가 제도를 발표했다. 공장 설계·착공 단계부터 규제기관이 참여해 허가 절차를 사전에 검증해주는 방식이다. 해외 기업이 미국 내 API 설비를 짓는 과정에서 가장 큰 리스크였던 '허가 지연'을 줄여주겠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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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의존도를 줄이고, 국내 공장을 세워 공급망을 '미국화'하려는 전략적 계산이다. 이런 정책 기조는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에도 직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한다. 지금까지 우리 제약·바이오 기업은 한국에서 원료를 생산한 뒤 수요처 현지에서 완제 포장만 하는 방식으로 수출 구조를 운영해왔다. 그러나 만약 관세 부과와 생산 기지 이전 압박이 본격화된다면, 이 같은 구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셀트리온은 이미 미국 내 원료의약품 생산 거점을 검토 중이다.

원료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은 아직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업계에 따르면 15% 수준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여전히 국내 생산이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 계약 구조상 관세는 고객사가 부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CDMO의 경우 글로벌 빅파마들이 단기간에 생산지를 전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장은 기존 생산체제를 유지할 여지가 크다.


문제는 관세 수준이 15%에 머물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의약품 관세는 최대 250%까지 가능하다"는 발언을 내놓은 바 있는데, 철강·알루미늄 관세 사례처럼 점진적 상향 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CDMO 기업들도 결국은 미국 내 생산 거점을 직접 확보하거나, 합작 형태의 진출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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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인 데다 바이오 원료의약품의 주요 생산지로서 다른 국가들에 비해 밸류체인상의 우위에 있다"며 "이 같은 강점이 향후 의약품 관세율에 반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추가적인 관세 조치가 이뤄진다면 우리 기업들이 현지 생산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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