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맥]인구 위기 대비하려면 기업부터 살려야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많은 문제는 노동시장에서 비롯한다. 일과 가정 양립의 어려움, 여성의 경력 단절 그리고 청년 일자리 부족은 저출생의 대표적인 원인이며, 과도한 사교육 문제와 청년의 수도권 쏠림도 노동시장의 불균형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정년 연장과 계속 고용은 초고령사회를 대비한 주요 정책으로 다뤄지고 있고, 급증하는 수요 대비 돌봄 인력 부족도 궁극에는 노동시장의 문제다. 이런 까닭에 청년, 여성, 그리고 노인 일자리 확대는 인구 정책의 단골 메뉴다. 경제적 관점에서도 여성과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는 생산인구 감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방안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일자리 규모가 정체된 상태에서 여성과 고령자 고용을 늘리는 것이 국가 경제와 인구문제 해결에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이다. 제로섬 게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년을 연장하면 청년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우려를 뒷받침하듯, 최근 연령대별 고용 추이를 보면 고령자의 고용률은 증가하고 청년 고용률은 감소했다. 그나마 늘어나는 고령 일자리는 낮은 처우의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이 같은 추이가 지속된다면 인구 위기와 저성장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별 효과가 없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미래의 일자리 규모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치열한 경쟁에 직면한 기업들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자동화 기계로 인력을 대체하고, 비인기 업종인 지역의 제조업과 농어업 인력은 외국인 근로자로 채워지고 있다. 점차 기계와 외국인의 영역이 확대될 텐데 과연 청년, 여성, 고령자 고용을 함께 늘리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자리 총수를 늘리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그러려면 기업이 많아져야 하고 기업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강제할 수는 없다. 고용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이 아닌 이상 기업의 최우선 목적은 이윤 창출이다. 이윤의 기회가 없다면 고용과 투자를 늘리고 창업할 이유가 전혀 없을 것이다. 따라서 기업이 경제적 기회를 찾아 고용과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시장 제도와 환경을 혁신하는 것이 정부의 최우선 역할이 돼야 한다.
하지만 요즘 우리나라 기업들은 총체적 위기 상황에 빠져 있다. 관세 전쟁으로 원가 인하 압박이 막대하고 법인세 인상 예고로 재무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주주와 노조 보호를 위한 상법과 노란봉투법의 개정 속에 기업들은 살얼음 위를 걷고 있다. 높은 규제 장벽으로 국내 투자처를 찾기도 어렵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기업은 자구책을 마련할 여건도 되지 않아 정부와 여당의 입만 바라보며 버티고 있을 뿐이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기업들이 국가적인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해 일과 가정 양립을 강화하고 청년과 고령자 고용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앞으로 노동과 기업에 대한 정책은 인구 위기의 속도를 좌우할 만큼 중요해질 전망이다. 인구 위기 시대에 기업의 일자리 창출의 사회적 편익은 기업을 옥죄고 세수를 늘려 정부가 얻는 편익보다 더 클 것이다. 미국은 관세 협상을 마치고 한국의 대미 투자로 미국 내에 일자리가 10만개 이상 만들어진다고 발표했다. 달리 번역하면 한국에서는 10만개의 일자리 기회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의 기업 정책은 실용에서 거리가 멀어지고 있어 우려된다. 실용적인 정부라면 사라질 양질의 일자리를 되찾고 관세 폭탄을 맞은 자국 기업을 살리기 위해 우리 기업이 처한 세 부담과 규제 장벽을 낮추는 실용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2030년까지 비트코인 10배" '돈나무 언니' 캐시 ...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