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방정부 구조조정 계획 일부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고 있다. 트럼프 2기 정부가 급진적으로 밀어붙이는 연방정부 재편 구상이 의회의 입법권을 침해하고 사법부가 오랜 기간 확립한 법리를 거스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 남부연방법원은 8일(현지시간)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트럼프의 최측근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정부효율부(DOGE)에 부여된 재무부 결제 시스템 접속 권한을 일시 중지했다.
법원은 DOGE의 해당 권한이 유지될 경우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우려된다면서 재무부 소속이 아닌 정무직 및 특별 공무원 등은 재무부 결제 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뉴욕과 캘리포니아주 등 민주당 소속 19개 주 법무장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DOGE에 재무부의 핵심 결제 시스템 접근을 허용한 것은 연방법 위반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7일엔 워싱턴DC 연방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개발처(USAID) 구조조정 방안 중 USAID의 직원 2200명을 먼저 유급 행정휴가로 처리한다는 방침과 해외 파견 직원 대부분을 한 달 내로 소환한다는 계획을 일시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시민권 제한에 관한 행정명령도 줄줄이 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시애틀연방법원은 지난달 23일 트럼프의 출생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이 "명백히 위헌적"이라며 효력을 14일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이어 지난 5일 메릴랜드주 연방법원도 이 행정명령이 250년에 이르는 미국 출생시민권 역사에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성' 해고 구상에도 법원이 브레이크를 걸었다. 이달 초 워싱턴 법원은 2021년 1월 의사당 폭동 사태를 수사한 연방수사국(FBI) 수사관들의 이름을 정부가 공개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트럼프 정부는 연방의사당 수사를 맡았던 FBI 요원들과 연방검사들의 면직을 추진하기로 하고 이들의 명단을 제출하라는 지시를 연방검사장들에게 내린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정부 구조조정 계획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정부를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일시적으로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고는 있지만 본안 심리에서는 그 정당성이 인정될 것이라는 게 트럼프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조정이 의회에서 통과·제정된 법률은 물론 사법부가 지난 수십년간 판결로 쌓은 법리들에도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연방정부 공무원들에 대한 법적인 보호 장치들을 겨냥한 조치가 문제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기 집권과 동시에 연방정부에 대한 대규모 구조조정과 보복성 해고를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워싱턴DC에는 고용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이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트럼프 정부를 상대로 한 법정 싸움은 본안 소송의 선고가 나올 때까지 몇 개월 이상이 걸릴 수 있다. 특히 대통령 행정명령과 의회의 입법권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안의 경우 연방대법원까지 가야 할 수도 있다고 NYT는 전망했다.
이승형 기자 trus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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