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참사] "우리 함께 기억할게요"…눈물의 추모식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합동추모식' 엄수
유가족·정부 관계자 등 1,200여명 참석
"사고원인 규명·재발방지 대책마련 총력"

18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유족과 국토교통부가 주최하고 전남도와 광주시, 무안군이 주관하는 합동 추모식이 엄수됐다. 송보현 기자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합동추모식이 18일 엄수됐다.

이날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2층 대합실에서 열린 합동추모식에는 제주항공 참사 유족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토교통부, 전남도, 광주시 관계자 등 1,200여명이 참여했다.

추모식은 국가무형유산 진도 씻김굿 추모 공연으로 시작해 국민의례, 희생자 애도 묵념, 추모사, 추모 영상, 추모 공연 등 순으로 진행됐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 추모식이 18일 오전 전남 무안공항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전남 진도 씻김굿보존회 20여명이 망자의 한을 풀어주고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추모 공연으로 시작됐다. 유가족들은 고풀이, 씻김, 넋올리기, 지전춤, 길닦음 등으로 이어지는 공연을 보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송보현 기자

유족들은 추모식이 진행하는 동안 먼저 떠나보낸 가족들을 생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추모 영상과 추모 공연 등에서 유족들의 추억이 담긴 희생자들의 사진이 나올 땐 '이렇게 먼저 가면 어떡하라고…'라며 목놓아 울었다.

이번 참사로 아버지를 잃은 한 딸은 편지 낭독을 통해 고인과의 추억을 회상했다.

그는 "처음 기사로 사고를 접했을 땐 사실인가 싶었다가도, 탑승자 명단에 아버지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심장이 내려앉았다"며 "공항에선 사망자 집계도 안 됐는데 유족이라고 말해 심장이 내려앉았다. 가망이 없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도 구출된 분이 아버지이길 간절히 바랐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가 손녀가 보고 싶다며 마지막 통화를 했을 때가 기억이 난다. 그때라도 놀러 가지 못하게 할 걸 후회된다"며 "매일 저랑 손녀가 보고 싶다며 영상통화를 해주고, 나의 아버지, 손녀의 할아버지로 있어 줘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정부를 향해 참사의 원인을 철저히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박한신 제주항공기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그들이 세상을 떠난 지 20여일이 됐다. 그러나 우리 유가족들의 시간은 사고가 나기 전에 멈춰 있다"며 "다시 만났을 때 환하게 웃으며 '당신들의 몫까지 열심히 살았노라'고 말할 수 있도록 열심히 살겠다. 자신들이 왜 죽었는지도 모른 채 돌아가신 참사 원인을 밝히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참사 원인을 밝혀달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밝혀 유족들과 참사에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 국민께 설명해주시기를 바란다"며 "정치권을 비롯한 관계기관에서는 이같은 사고가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지 않게 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 현장 인근에 있는 철제 울타리에 추모의 마음을 담은 분홍색 리본 1,229개가 걸려 있다. 송보현 기자

참석자들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고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다짐했다.

최상목 대행은 "철저한 조사와 분석을 통해 사고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필요한 개선책을 조속히 마련하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며 "이 과정에서 모든 조사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유가족 여러분께 소상하게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우원식 의장은 "국회는 지난주 12·29 여객기 참사 특위를 구성한 데 이어 전날에는 피해자와 그 가족의 명예와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엄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결의했다"며 "2차 가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입법을 추진하고, 피해자와 유가족 구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법제화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에도 성심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 3분께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방콕발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 밖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둔덕을 충돌해 폭발했다. 이 사고로 탑승자 181명(승무원 6명·승객 175명) 중 179명이 숨졌다.

호남취재본부 송보현 기자 w3to@asiae.co.kr
호남취재본부 민찬기 기자 coldair@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