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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3막 기업]"20년전 日요양원서 배운 돌봄 철학…여전히 뒤처진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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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영 노인정보연구센터 대표

"2000년에 유학비자로 일본에 갔어요. 그런데 어느 날 NHK방송을 틀었더니 이런 뉴스가 나오더군요. '4월 1일부터 개호보험이 시작되기 시작했다'라고요. 그때는 '저게 무슨 보험이지?' 했는데, 지금은 어느덧 20년이 넘어 우리나라도 벤치마킹하는 법이 됐네요."


지난 17일 서울특별시 용산구 사무실에서 만난 황재영(51) 노인정보연구센터 대표는 일본의 장기요양보험이라 할 수 있는 '개호보험'에 대해 처음 들었던 날을 이렇게 회상했다. 그는 대학 시절 국내에서 일본어를 전공한 후,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사회사업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사회복지학 관련 진로에는 종류가 많은데, 왜 시니어를 택했냐'는 질문에는 "어릴 적 할머니 손에 커서 노인에 대한 애정이 많아 어렵지 않게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황 대표가 운영하는 노인정보연구센터는 사회복지 관련 전문 서적부터 요양 현장에 필요한 인지활동 서적까지 노인 케어 관련 서적들을 내놓는 출판사다. '치매케어 주거환경 사전', '요양병원 공간읽기' 등 다양한 책을 출판했다. 그는 정부 부처와 대학교 등 각종 기관에서 의뢰한 노인 돌봄이나 주거 관련 연구도 도맡아 하고 있다.


일본에서 석사를 끝내고 박사과정에 들어가기 전, 황 대표는 일본 가나가와현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레이쥬카이’에서 주임으로 근무하며 일본 현지의 요양시설 현장을 직접 경험했다. 개호보험 시작 직후라 요양시설이 점점 늘어날 때다. 그는 현장에서 근무하며 노인 돌봄에 대한 꼼꼼한 팀 케어, 우리나라와의 문화 차이에 대해 매우 놀랐다고 회상했다.

지난 17일 서울시 용산구 사무실에서 만난 황재영 노인정보연구센터 대표. 사진=박유진 기자

지난 17일 서울시 용산구 사무실에서 만난 황재영 노인정보연구센터 대표. 사진=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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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요양시설이면 서비스가 지금 수준과는 확연히 차이가 날 텐데, 그런데도 어떤 점에서 우리나라와 다르다고 느꼈나.

▲인상 깊었던 점은 요양시설에 있는 어르신이라고 해서 가만히 누워있는 걸 당연히 여기지 않는 분위기였다. "저 환자는 잘 움직이지 못하니 안전을 위해서 오래 눕혀놓자"라는 마인드가 안 통한다. 의식이 있다는 전제하에 최대한 밥은 식당에서, 웬만하면 목욕은 화장실에서 하는 게 기본이다. 활동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기본적으로 깔린 거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금도 웬만하면 침대에서 식사하게 하거나 볼일을 보게 만드는 분위기다.


-요양보호사를 비롯한 돌봄 노동자들은 대부분 힘이 세지 않은 중년 여성이다. 이런 분들이 활동 보조를 하기가 쉽겠나.

▲그래서 일본에서는 점점 요양 로봇이 발달하고 있는 거다. 일본도 인력 구성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어르신들의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리프트 같은 다양한 기계가 발달해있다. 요양용품 박람회에 가면 돌봄 노동자를 도와 어르신들의 활동을 보조해주는 기구와 기계들을 정말 많이 볼 수 있는데, 다 그런 이유에서다. 돌봄 인력들이 퇴사를 진짜 많이 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어르신들의 이동을 도우며 업거나 들어올릴 때 허리에 무리가 가서 생기는 요추 질환인데, 이런 애로사항을 해결해주는 거다. 환자 낙상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 아무래도 사람이 하는 것보다는 안전한 기계가 천천히 해주는 게 더 낫지 않겠나. 오죽하면 '노 리프팅 케어(No Lifting Care, 돌봄 인력이 직접 환자를 둘러업거나 옮기지 않는 것)'라는 운동도 생겼다.

-정부 차원에서도 이런 데 관심이 많나.

▲일본에서는 수상이 직접 요양업계에서 쓰는 로봇을 보러 나간다. 그만큼 요양로봇 산업을 챙긴다는 거다. 다양한 산업계에서 로봇을 쓰지만, 비중 있는 수요가 돌봄 분야에서 나온다. 로봇의 제작이나 개발은 산업계에서 하지만 공급은 후생노동성에서 한다. 개호보험에도 적용되고 있다. 특히 일본은 로봇을 넘어 '스마트케어'라는 명목으로 케어 영역에서 다양한 기계가 발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책사업의 하나로 올라와 있고, '테크노에이드'라는 후생노동성 산하 기관까지 만들어 스마트돌봄 관련 교육과 전시를 다양하게 진행한다.


-일본 요양시설에서는 기술을 접목하면 혜택을 주는 제도가 있다고 들었다.

▲맞다. 센서 등 돌봄 인력의 업무부담을 완화해주는 첨단기기 복지용품을 도입할 경우 요양시설의 인력 기준을 완화해주는 방식 등이다. 이러한 제도적 지원으로 특히 야간에 레이저와 센서로 노인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모니터링하는 IoT(사물인터넷) 기업들이 많아졌다. 자동 기록화 시스템도 있다. 돌봄 인력들이 현장에서 뭘 할 때마다 관찰하고 손으로 기록해야 하는데, 이런 행정적인 업무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어르신 볼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이동 감지와 자동 기록 시스템을 통해 부담을 덜어주는 거다. 일본은 제도 안에서 스마트케어의 발전을 녹이는 반면, 우리는 아직 미비한 상황이다. 서비스 질 향상이 되고 있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돌봄 로봇이 인력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보나.

▲그 정도는 아니다. 인력을 대행할 만큼의 생산성은 아직 나오지 않는다. 사람처럼 행동하는 휴머노이드 수준의 로봇이 나오지 않는 이상 그런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거다. 사실은 업무가 더 느려진다. 기계는 천천히 움직이니까. 그러나 안전성과 편리성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혁신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누구도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세상을 원하지도 않는다. 우리가 무인 요양원을 지향하는 사회는 아니지 않나.


-우리나라에도 돌봄 인력이 점점 늙어가는 추세인데, 스마트 케어가 더 발전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개인적으로 '스마트 요양원' 구축에 기여해보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이미 올해 '케어로보틱스'라는 법인을 만들었다. 일본의 발달한 이동 보조 리프트와 활동 센서를 들여오고, 국내 요양시설에 교육과 함께 제공할 생각을 하고 있다. 최근에 경기도 광주와 부산시에 있는 기관들이 시범사업을 해보고 싶다고 의견을 모았다. 해당 기관의 직원들을 교육하고, 센서와 리프트 등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거다. 요양기관의 몇 분과 이야기해보니 정말 좋아하더라. "이제 직원들이 나한테 와서 '어디 다쳤다'고 얘기 안 하겠네"라고 하면서 말이다. 어떤 직원분은 내게 "박사님, 저 이거 쓰면 나이 팔십까지 근무해도 되겠어요"라고 하더라. 정말 이런 경우 몇만 원 급여 올려주는 것보다 근무 환경 개선해주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한 번 제대로 도입되면 우리나라 요양시설에도 급속하게 기계화, 자동화가 진행될 것 같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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