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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3막 기업]"17년전 日서 본 시니어케어 시장성…유학길 올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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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웅 란달유디케어스 대표

"의료기기 유통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했어요. 일본 영업을 맡았는데, 당시 우리나라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통과돼 막 시범사업에 들어갔을 때였습니다. 대표가 노인용품을 판매하는 업체와 계약해 오라는 미션을 내렸죠. 일본에서 매년 열린다는 복지용구 박람회에 갔는데 입이 떡 벌어지더라고요. 그때 미래를 봤죠. '이 시장, 곧 우리나라도 열리겠구나.' "


지난 8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한 임기웅 란달유디스케어 대표(51)는 노인 케어용품 시장의 가능성을 체감했던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직장생활 중 출장차 처음 들른 일본의 HCR(국제 홈케어&재활) 박람회가 그의 창업 계기가 된 셈이다. 실버 관련 사업을 하려면 케어와 관련된 학문적 전문성을 더 갖춰야겠다고 마음먹은 임 대표는 복지공학을 공부하기 위해 일본 대학원에서 유학하기도 했다. 그는 숭실사이버대학교 노인복지학과와 경희대학교 동서의학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도 다년간 재직했다.

케어용품 유통회사 외에도 인천에서 노인재가복지센터를 운영 중인 그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돌봄 인력에 관해, 요양보호사 수 자체가 절대적으로 모자라다기보다는 중증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전문성 있는 요양보호사가 부족하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요양보호사들도 중증 환자를 돌보는 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전문성을 키우고, 그만큼의 대우를 해줘 젊은 인력이 들어오고 싶도록 유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기웅 란달유디스케어 대표.

임기웅 란달유디스케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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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운영 중인 사업에 대해 설명해달라.

▲시니어 용품 유통회사인 '란달유디케어스'와 '홋도리하비리시스템즈'를 운영하고 있다. 둘 다 서비스 대상이 노인인데, 전자는 유통회사이고 후자는 컨설팅 회사이면서 자회사로 재가노인복지센터를 두고 있다.


란달유디케어스는 현재 노인 복지용품 약 2000개를 취급하고 있다. 병원·요양시설 도소매 실버용품 전문 업체로, 대구백화점에 지점도 내서 운영 중이다. 전동침대와 사이드 테이블, 안전손잡이, 휠체어 등 다양한 품목을 유통한다.


홋도리하비리시스템즈코리아는 일본계 법인으로 ‘개인 맞춤형 자립 재활’을 추구하는 컨설팅 회사다. 복지시설 내 어르신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자회사로 '리하원'이라는 노인재가복지센터를 두고 있다. 인천광역시 청라동에서 운영 중인데, 개소한 지 5년 됐다. 주간보호 정원 59명, 단기보호 정원 5명 정도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시니어 영역에서 창업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이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

2007년 의료기기 유통회사에 다닐 때 처음으로 일본에서 매년 열리는 국제 홈케어&재활 박람회인 'HCR'에 가봤다. 당시에 그 전시회를 보고 정말 놀랐다. 일본 차원에서 개호보험이 도입된 지 7년 지났을 땐데, 전시회 규모가 정말 크더라. 그래서 언젠가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만큼 시장성이 생기겠다는 가능성을 봤다. 그때 일본에서 8개 업체와 계약했는데, 마침 내가 다니던 회사가 원래 하려던 사업을 안 하게 됐다. 그래서 '그럼 내가 창업하자'고 생각했고, 계약했던 업체를 찾아가 협업을 제안했다.


-사업을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 일본에서 유학도 했다고.

▲사업을 하면 할수록 모르는 게 많이 생기더라. 복지용품을 취급하는 입장이었지만 내가 제대로 된 제품을 판매하는 건지에 대해서도 확실하지 않았고, 제도 자체에 대한 궁금증이 많이 생겨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일본으로 유학 갔다. 대학원에서 복지공학을 전공했다. 당시 공부하는 과정에서 지도교수가 소개해준 사람들이 있었는데, 한국에 관심이 많은 기업 관계자들이었다. 그분들이 투자를 해줘서 지금의 란달유디케어스, 홋도리하비리시스템즈코리아를 만들 수 있었다.

대구백화점에 있는 란달유디스케어 지점 사진.

대구백화점에 있는 란달유디스케어 지점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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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재가복지센터는 인천에만 있나. 확대 계획은.

▲확대 계획은 있으나, 전국적인 규모로 하기보다는 지역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지금 운영하는 센터의 수용 가능한 인원이 다 차면 2, 3호점을 근처에 낼 거다. 인천 지역에서만 사업을 할 계획이다. 인천은 상대적으로 신도시라 노인이 적고 일할 사람은 많다. 이용자들은 파킨슨병과 편마비 등 중증 장애를 앓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 그만큼 의료 의존도가 높아 보건·의료직을 많이 배치했다.


-스마트돌봄에 대한 수요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만큼 돌봄 인력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나.

▲요즘에도 매년 일본 복지용구 전시회를 가는데, 갈 때마다 인상 깊다고 느끼는 건 로봇이나 AI 등 여러 첨단 기술을 활용해서 개호보험시장에 적용한다는 점이다. 인공지능(AI) 부문에서 우리나라가 분명 더 앞서있는데, 돌봄 현장에 적용되는 걸 보면 일본이 더 발달해있는 것 같다. 일본은 '어떻게 현장에 실증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기술 수용도를 높이는 교육과 활동, 정부 차원의 지원도 많이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서비스 제공자들이 대부분 50대 중장년이면서 기술 수용도가 낮은 사람들이 많은데, 분명 훈련과 교육이 필요하다.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재가노인복지센터를 운영 중인 대표 입장에서, 노인 돌봄 인력 공급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체감하는지.

▲요양보호사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증 환자'를 케어할 수 있는 요양보호사가 없다는 게 문제다. 요양보호사의 전문성에 한계가 있고, 가사를 지원하는 수준으로만 서비스하려고 하니 문제다. 요양보호사가 될 수 있는 허들을 높이거나, 전문 요양보호사 자격을 도입해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종으로 만들고, 젊은 층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본에서도 전문성을 인정받는 '개호복지사'와 단순한 가사지원을 돕는 '헬퍼'로 자격증이 이원화돼있다.


-복지공학을 연구했던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복지시장이 발달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제품을 유통하는 공급자들이 제품을 판매하는 데만 포커스를 맞출 게 아니라, 제품을 공부해 스스로 전문성을 높이고 제조사와 적극적으로 교류해야 한다. 이윤이 많이 남는 제품 위주로 판매하는 데만 그치면 시장이 더 발달하기 어렵다. 제조사들은 해당 제품을 왜 개발했는지를 유통사에 설명하고, 유통사들은 어떤 환자에게 어떤 기능을 가진 제품을 팔아야 하는지를 더 적극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추후 계획이 있다면.

▲지금 하는 사업들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려고 한다. 특히 기술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시니어 복지용품 시장이 발전하는 만큼, 공급자뿐만 아니라 이용자들도 교육이 필요하다. 평소에도 사업을 아카데믹하게 끌어가는 편이다. 그러니까 판매 자체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세미나나 교육을 통해서 이용자들에게 서비스·제품 사용 방법을 알려주고, 시니어 복지용품 분야에서 창업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컨설팅해주면서 내 사업도 확장하고 있다. 나중에는 별도의 법인까지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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