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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4살부터 의대반 간다"…광란의 영유아 사교육, 통계조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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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세~취학전 영유아' 학부모 1.2만명 대상
각종 과외, 방문수업, 문화센터 비용 조사
사교육 아니지만 영어캠프 등 지출도 집계
시민단체들 "이번엔 통계결과 공개하라"

[단독]"4살부터 의대반 간다"…광란의 영유아 사교육, 통계조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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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사교육비가 치솟자 정부가 본격적인 통계조사에 착수했다. 공식 통계가 없던 미취학 아동 사교육비를 정확하게 파악해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조사는 과외나 학원비뿐 아니라 유치원·어린이집 특별활동, 어학연수 비용까지 포괄하는 대대적인 조사가 될 전망이다.


27일 아시아경제가 입수한 ‘통계 조사계획서’에 따르면 통계청은 지난 20일 교육부로부터 ‘유아 사교육비 시험조사를 대행해 달라’라는 의뢰를 받고 관련 작업에 착수했다. 시험조사란 종래에 없던 통계를 만들 때 진행하는 사전통계구축 작업이다. 전반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고 정교한 통계항목을 선별하기 위해 본조사와 최대한 유사하게 진행한다. 교육부에서는 올해 통계조사를 진행하겠다고 예고했었는데, 조사 시기와 방법, 대상 등은 함구해왔다.

한글 교육부터 영어캠프 비용까지 조사한다

조사대상은 ‘0세~취학 전 영유아’ 가구의 학부모 1만2000명이다. 내부에서 실효성을 이유로 0~2세 아동을 조사할지에 관한 논란이 있었지만, 시범조사인 만큼 우선 포함하고 향후 결과를 분석한 뒤 본조사에 넣을지 결정하기로 했다. 조사 사전준비는 오는 7월까지 끝내고 실제 설문은 9월 말부터 18일간 진행할 계획이다. 통계 정리와 분석은 연내 마무리하고, 결과가 유의미하다면 내년부터 공식 조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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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항목은 ‘학부모의 사적인 수요에 의해서 유치원 또는 어린이집 밖 사설교육 기관에서 받는 모든 교육비’다. 종래에 진행하던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처럼 개인과외, 그룹과외, 학원수강, 방문수업(학습지) 등이 조사 대상이다. 여기에 문화센터, 유료·인터넷 및 통신강좌 등을 추가로 조사한다. 영유아 특성을 고려해 한글 사교육은 별도로 구분해 표시한다. 시간제 사교육 외에도 가정양육 가구에서 주로 쓰는 ‘반일제 이상 학원’도 대상에 올랐다.


사교육비 개념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학부모들이 비용 부담을 느끼는 지출도 조사에 포함했다. 대표적인 항목이 ‘어학연수’다. 이용자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비용이 큰 만큼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미취학 아동을 해외에 보내는 것뿐 아니라 국내 영어캠프나 영어마을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비용도 집계된다. 또 유치원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방과 후 과정이나 어린이집 특별활동, EBS 교육방송 참여 현황도 살핀다.

다만 고액 교습료로 논란을 빚고 있는 영어 유치원의 경우 통계조사에서 제외됐다. 통계청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조금 더 들여다봐야 한다”면서도 “조사 범위가 유치원 또는 어린이집 밖인 만큼 영어유치원은 (조사에) 안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4세부터 학원을?…과열되는 영유아 사교육 시장

이 같은 조사를 수행하는 배경에는 과열된 영유아 교육 시장이 있다. 사교육 시작 연령은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한 사교육 기업이 수년 전 자체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영유아들은 평균 4~5세에 사교육을 처음 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일부 유치원이 의대반을 신설하는 등 조기교육 열풍이 더 거세지고 있다. 영어유치원도 가파르게 늘었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영어유치원은 2019년 615개에서 지난해 842개로 4년 만에 36.9%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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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를 기르는 학부모들도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육아정책연구소가 2022년 수행한 ‘양육비용 및 육아서비스 수요연구’에 따르면 사교육비가 부담된다고 답한 학부모는 전체 30.2%였다. 매우 부담된다고 한 학부모 9.8%를 합하면 40%가 지출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특히 월 소득이 299만원 이하로 가장 낮았던 학부모 중 27.1%가 매우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부담스럽지 않다(12.2%)거나 전혀 부담되지 않는다(2.3%)는 학부모는 소수였다.


갈수록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공식 통계가 없어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지 못했다. 통계청은 매년 사교육비를 조사해 발표하는데 초·중·고교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한다. 2017년 유아 사교육비를 시험조사 한 적이 있으나 이마저도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고, 본조사도 무산됐다. 이 때문에 영유아 사교육비는 육아정책연구소 등의 기관을 통해 간접적으로 규모를 짐작해야 했다. 연구소가 2017년 마지막으로 밝힌 영유아 사교육비는 총 3조7397억원이었는데, 더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조사도 본조사가 아닌 만큼 결과가 공개될지는 미지수다. 교육단체들은 조사결과를 당연히 공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측은 오는 29일 영유아 사교육비 통계조사를 촉구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토론회를 연다. 백병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연구원은 “부모들이 느끼는 사교육 지출은 (기존 조사들보다) 훨씬 크다”면서 “통계청이 조사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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