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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영선'이 보여준 정치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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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영선'이 보여준 정치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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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이런 적은 없었다. 통탄할 일이다. 어이가 없다. 정치가 이렇게까지 망가졌나 싶다. 정치란 무엇이며, 정당은 왜 존재하는가를 묻게 한다. 민주당이 23일 밤 공천을 취소한 세종시갑 이영선 전 후보 얘기다. 그의 사례는 정치권이 '시스템공천'이라고 주장하는 공천의 민낯, 왜곡된 정치문화의 폐해, 소명 의식이 사라진 정치의 모습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거짓 서류 제출, 검증 없는 정당, 명분 없는 지역구 옮기기…. 무엇보다 '정치비즈니스'를 위해 달려가는 얼굴 두꺼운 이들의 민낯을 드러냈다.


아파트 4채, 오피스텔 6채, 상가 1채, 임차권 1건. 37억6893만원의 채무가 있는 그는 38억287만원 상당의 부동산을 갖고 있었음에도 당에는 아파트 1채, 오피스텔 1채만 갖고 있다고 제출했다. 전형적인 갭투자를 했음을 숨기기 위해서였을까. 이 전 후보는 "나도 모르게 아내가 투자했다"고 했지만 이 말을 믿으라는 말인가.

정당의 책임도 절대 가볍지 않다. 당사자가 신고한 것 외에 추가 재산 등이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하지만 제대로 검증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국민은 참정권을 침해당했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과거 막말 검증' 문제와는 차원이 다르다. 뻔히 알고 있을 자신의 재산 현황을 거짓 제출했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이고 서류로 금방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도 검증을 통과했고 제1 야당 후보가 됐다. '공천 검증'이라는 게 말은 번듯하지만 속 내용은 구멍이 숭숭 뚫렸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갭투자 의혹'이 제기된 그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원이다. 민주당 대전시당 법률지원단장 및 전세사기대책단장, 대전시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원회 자문변호사 등을 지냈다. 아이러니다. 그는 세종갑으로 가기 전 대전 서구갑 출마를 선언했을 때 "제20대 대선에서는 이재명 후보 캠프의 법률지원단 언론팀장을 맡아 당을 위해 온몸을 바쳤다"고 말하기도 했다.


20년간 민주당원이었다는 그는 '갭투자 의혹'이 정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아무리 '정치인은 도덕군자가 될 필요는 없다'고 해도 이건 아니지 않나. 이해되지 않는다. 정치를 비즈니스로 생각하지 않았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안의 중대성을 보여주듯 이 대표는 "국민에게 모범이 돼야 할 의원이 갭 투기로 국민들에게 절망감을 주고, 심지어 공당 공천 심사를 하는데 당과 국민을 속이는 사람은 우리가 의석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국회로 들어오게 해선 안 된다"며 공천을 취소했다. 늦었지만 잘한 일이다. 하지만 여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가능하다면 사법적인 조치를 하고 제도 개선에도 나서야 한다.


이번 일은 개인의 잘못이기도 하지만 그 밑바닥에는 왜곡된 정치 문화가 있다. 권력자에게 충성하면, 상대를 악마화하면, 내 허물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이 잘못된 문화를 끝장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곳곳에 '이영선'이 있으니 정치의 변화는 까마득하다.





소종섭 정치사회 매니징에디터 kumk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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