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공사비용 상승으로 악화된 PF 사업장 증가
건설업계 만난 이복현 "정상화 계획 발표 후, 3~4분기엔 정상화 작업 가능"
4월 위기설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일축
전문가 "PF 시장 단기 획기적 변화 어려워"…총선 이후 본격 수술 전망
금융당국이 4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플랜을 공개하고 부실 사업장 정상화 작업을 시작한다. 고금리와 공사비용 상승 등으로 크게 악화된 PF 사업장이 점차 증가함에 따라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전문가들도 부동산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PF 시장이 획기적으로 좋아지기 어렵고, PF 부실로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곳은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하면서 총선 이후 PF 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수술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1일 서울 여의도 주택건설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PF 정상화 추진을 위한 금융권·건설업계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사업성 평가 기준과 대주단 협약 개편 방안을 4월 중 공론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개편 방안을 기초로 4~5월 중 금융사·건설사·협회 등 다양한 의견을 구할 계획이다. 이 원장은 "오는 5~7월엔 적어도 시장에서 구조조정과 정상화가 무엇인지 받아들일 수 있어야 불확실성이 제거된다"면서 "5개월간 마련한 방안을 실제 집행하면 3~4분기엔 정상화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4월 중견 건설업체들이 대거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4월 위기설’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일축했다. 이 원장은 "일부 금융사와 건설사에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잘 알고 있다"면서 "상반기 내 시스템 리스크 요인으로 작동할 만한 문제나 건설사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부실 사업장을 다시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각종 평가 기준을 개편하고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이어 현장검사를 통해 PF 금리와 수수료가 합리적으로 부과되고 있는지 점검한다. 금융당국은 현행 '양호(자산건전성 분류상 정상)-보통(요주의)-악화우려(고정이하)' 등 3단계로 나뉘는 기준을 '양호-보통-악화우려-회수의문' 등 4단계로 사업성 평가를 세분화하는 방식을 논의 중이다. 회수의문으로 분류된 사업장은 충당금 수준을 올려야 경·공매가 수월해진다. 대주단 협약 개정은 만기 연장 기준을 강화하는 한편 경·공매로 넘어갈 수 있는 요건을 완화해 '옥석 가리기'를 지원할 방침이다.
이 원장은 "경·공매 등을 통한 사업장 정리·재구조화를 중점적으로 유도하고, 부실 사업장 정리를 촉진하기 위해 사업성평가 기준과 대주단 협약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PF 금리와 수수료 등은 공정과 상식 차원에서 점검해 건설업계의 금융부담 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의 발빠른 행보도 촉구했다. 이 원장은 "금융권은 정리·재구조화 활성화를 위해 금융지주 계열사 등을 중심으로 모범사례를 계속 만들어 나가는 한편 금융권 정상화 지원펀드의 조성 규모 확대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금융권에서는 금융지주별로 운영 중인 자금을 빨리 진행해서 필요하다면 2차 재구조화 펀드를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전달했다"고 말했다.
금융·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원장의 이번 행보와 관련해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PF 시장이 단기에 획기적으로 체질이 바뀌기 어려운 만큼 전방위적인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연구소장은 "건설회사들은 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부동산시장이 개선됐지만 공급자 시장은 PF 대출도 굉장히 어렵다"면서 "언제 좋아질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 달 두 달 버텨서 될 문제는 아니다. 위기는 계속 진행 중이므로 앞으로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연구기관 관계자는 "시장 자체가 올해 계속 침체되고 있는 건 맞다. 부동산시장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PF가 획기적으로 좋아지긴 어렵다고 본다"면서 "금감원도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부실사업장을 빨리 정리해서 시장이 회복되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올해 전망은 어렵다"고 분석했다.
부실이 드러나고 있는 PF 시장에 대한 구조조정은 총선 이후에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PF 시장이 더욱 악화하지 않는 게 최선이지만 악화하더라도 정부가 탕감해줄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김 연구소장은 "총선 이후 중소건설사들은 법정관리,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파산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면서 "경제위기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정부가 어떻게든 막을 거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기업이 아닌 대형 건설사와 중견 건설사는 건설이 주력이므로 많이 힘들 것"이라면서 "전문 건설사들은 더욱 많은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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