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⑷주가조작 조사 대상자 방어권 강화
사전통지·변호인 입회권 확보
조사 주체인 금감원 권한 제자리
통정매매·시세조종 대화 휴대폰 확인 불가
주가조작 현장 조사도 불가
금융위에 권한 있지만 제한적
최근 주가조작 수법이 진화하면서 조사 단계에서부터 증거를 빠르게 확보할 필요성이 커졌다. 2015년 이후 불공정거래 조사 대상자의 방어권은 강화됐지만, 조사 주체인 금융감독원은 주가조작 현장에 나갈 수도, 조사 대상자에게 휴대폰을 보여달라고 요구할 권한도 없다. 이에 부정거래, 시세조종, 미공개정보 이용 등 3대 불공정거래를 조사하는 금융위원회의 영치권을 확대하고, 감독원에도 권한(영치권·현장조사권)을 위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감원, 주가조작 '조사' 권한 미미…증거 확보 어려워 수사 차질
불공정거래 감시 체계는 '심리(한국거래소)→조사(금감원·금융위)→수사(검찰·특사경)' 단계로 이뤄진다. 불공정거래 '조사'는 '수사' 전 단계라는 점에서 그 역할이 크다. 때로 금감원 조사 내용이 검찰 기소 시 증거로 활용된다. 문제는 금감원의 불공정거래 조사 권한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금감원은 불공정거래 조사와 관련해 ▲출석요구 ▲거래정보요구권 ▲진술서 제출 요구권 ▲장부·서류 기타 물건의 제출 요구권만 갖고 있다. 가령 A사 임원이 주가조작에 연루됐다는 제보를 받으면 금감원에 출석을 요구한 뒤 관련 내용을 물어보는 게 전부다. 관련 자료도 '요청'해야 받을 수 있다. 임의조사(행정조사)이므로 조사 대상자가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끝이다.
조사 대상자가 금감원에 출석해 신문을 받아도 한계가 있다. 금감원이 작성한 문답서는 수사 단계에서 증거로 인정받는다는 보장이 없어서다. 2015년 2월 금감원 소속 검사역이 피고인을 상대로 작성한 문답서를 유죄의 증거로 채택한 원심판결을 대법원이 인정했으나, 2021년 8월 서울고등법원에서는 문답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에 따라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해야 증거로 인정된다"며 "결과적으로 금감원의 문답서가 수사 단계에서 증거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감원 조사에서 검찰 수사로 넘어갈 경우 검찰이 금감원의 문답서와 동일한 내용에 대해 처음부터 다시 피의자 신문을 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금감원 조사 직원이 질문한 핵심 혐의에 대해 피의자는 증거인멸이나 공범자들과 혐의 부인을 위한 증언 조작이 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에 영치권·현장조사권 위탁 필요…통신조회 불가능한 금융위 권한도 확대해야
이 때문에 대규모 주가조작 사건이 터지면 금감원에 '영치권'과 '현장조사권'을 위탁하는 문제가 매번 반복된다. 영치권은 조사 대상자가 제출한 자료를 보관할 권한을 말한다. 휴대폰 제출을 요구할 권한도 여기에 해당한다. 익명 단체 채팅방에서 주고받은 문자, 통신 기록 등 증거를 신속하게 보전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장조사권은 말 그대로 주가조작이 의심되는 현장을 직접 방문해 조사할 수 있는 권리다.
라덕연 사건 당시에도 금감원에 영치권과 현장조사권을 위탁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그러나 불발됐다. 금융위 조사공무원이 영치권과 현장조사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모순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금감원이 조사 인력도 더 많고, 조사 역량도 우위에 있어서다. 국회 정무위와 학계에서는 불공정거래 조사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영치권과 현장조사권을 보유한 금융위가 조사를 전담하거나, 금감원에 권한을 위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별개로 금융위의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위의 영치권은 제한적이다. 시세조종과 관련된 주식 거래에 대해서만 포렌식을 할 수 있다. 조사 대상자가 총책으로 의심되는 인물과 나눈 대화, 통정매매 대상자와 나눈 대화나 통화 등을 모두 확인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를 확인하려면 통신조회, 위치추적 등의 권한도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황 연구원은 "혐의 입증을 위해 필수적인 통신조회권이 인정되지 않는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가장 효율적인 조사는 초동단계부터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인데, 현행법상 통신기록조회는 1년 이내만 가능해 조사를 거쳐 검찰에 이첩될 경우 1년이 지나버린다"고 꼬집었다.
미공개정보 이용 증가…초기에 증거 확보 필요
영치권과 현장조사권 논의가 다시 불거지는 이유가 있다. 최근 미공개정보 이용 수법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조사 단계에서는 증거를 적시에 확보하지 못해 조치 및 기소 등은 낮은 수준이다.
아시아경제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단독 입수한 '금감원 2023년도(월별) 불공정거래 혐의별 조치건수' 자료를 보면 부정거래 39건, 시세조종 13건, 미공개정보 이용 13건으로 집계됐다. 미공개정보 이용과 시세조종 사건의 조치가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13일 발표한 '2023년도 불공정거래 심리실적 및 주요 특징' 자료를 보면 3대 불공정거래 중 미공개정보 이용 사건이 43건으로 가장 높은 비중(43.5%)을 차지했다. 이어 부정거래 31건(31.3%), 시세조종 23건(23.2%) 순이었다.
의원실 관계자는 "자료를 보면 불공정거래 유형 가운데 '미공개정보 이용' 사건 비중이 높지만, 금감원이 조치한 비중이 가장 낮다"며 "미공개정보 이용 사건은 주로 휴대폰 등을 통해 증거를 확인할 수 있는데, 조사 주체인 금감원의 권한이 제한적이라 조치 통보가 낮게 집계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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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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