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경계에 소홀해 진주만을 기습당했다. 부끄러운 패전이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1950년 6월 25일 04시, 북한의 기습을 몰라 서울을 3일 만에 함락당했다. 현대 군은 군사교리에 경계를 강조한다. 경계에 실패하면 적에게 저항도 못 하고 몰살당할 수 있는 위험 상황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군은 어떨까. 군은 최근 일반전초(GOP) 과학화경계시스템에 인공지능(AI) 영상분석 기능을 적용하기로 했다. 새로 개발된 과학화경계시스템에는 AI 영상분석, 열 영상, 단파장 적외선 기능 등이 최초로 도입된다고 했다.
군이 GOP 과학화경계시스템을 개선하려는 것은 연이은 경계 작전 실패 때문이다. 지난 2012년 22사단에서는 ‘노크귀순’ 사건이 발생했다. 노크귀순은 2012년 10월 북한군 병사 1명이 비무장지대(DMZ)를 넘어 우리 측 GOP 생활관 창문을 두드려 귀순 의사를 밝혔던 사건으로, 군의 대표적 경계 작전 실패 사례로 꼽힌다.
이 사건으로 군은 2016년 과학화 경계 시스템 도입했다. GOP경계과학화시스템은 휴전선 최전방 감시초소인 GOP 지역의 주간과 야간 경계근무 보강을 위한 경계시스템이다. 레이더·감시카메라·TOD·광망 등으로 구성돼 있다. 철책을 따라 광망 센서가 달려 있고, 수백m 간격으로 중거리 카메라와 근거리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군은 “물샐틈없는 경계 태세가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국방부는 2018년 군사 분야 합의 당시에도 DMZ 남방한계선에 3중 철조망과 과학화 경계 시스템을 구축한 GOP가 있어 GP 철수가 경계 작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또 뚫렸다. 2020년 11월 강원도 동부전선 최전방에서 철책을 넘어 월남한 북한 남성이 14시간 만에 붙잡혔다. 군은 하루 전부터 군사분계선(MDL) 북측 지역에서 배회하는 이 남성을 포착했지만, 그가 2㎞ 이남에 위치한 아군 GOP(일반전초) 철책을 타고 넘는 것을 막지 못했다. 남성이 철조망을 넘을 때 울려야 할 감지 센서는 아예 ‘먹통’이었다. 북한 남성의 신병을 철책을 넘은 지 14시간 후에나 확보한 것을 두고서는 논란이 없지 않다.
군은 또다시 GOP 과학화 경계 시스템을 보강했다. 이번엔 지능형 탐지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영상분석 서버를 설치했다. 주·야간 안개, 해무 등 악천후 시에도 감시가 가능한 시스템도 추가해 경계 취약점을 극복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2021년 1월 1년 전 북으로 넘어간 북한 남성이 철책 아래 배수로를 통해 재입북했다.
결국 첨단장비를 도입해도 사람만큼 확실한 경계 수단이 없다. 이런 점에서 최근 육군 미사일전략사령부 장병들의 새벽 음주사건은 국민들에게 불안감만 줬다. 군 기강해이를 전형적으로 보여줬다. 미사일전략사령부는 ‘한국형 3축’ 체계 중 하나인 대량응징보복(KMPR) 수단을 지닌 핵심 중 핵심부대로 손꼽힌다. 이 부대는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8일 방문해 대비 태세를 점검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다.
군 내부에서는 “지휘부가 바뀔 때마다 장병들의 기강확립보다 용어나 구호에 신경 쓰기 바쁘다”는 불만도 나온다. 지휘부는 구호보다 엄중한 안보 상황 맞아 기본과 원칙에 입각한 대비 태세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 내실 있는 방안이 절실할 때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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