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계의 첨예한 대립을 부른 간호법이 27일 '운명의 날'을 맞았다.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이 추가 논의를 이유로 본회의 상정에 제동을 걸었지만, 2주 동안 간호계와 의료계·정부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추가적인 중재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이번에도 결국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 앞 간호법 제정 두 목소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국회 앞 간호법 제정 두 목소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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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계는 본회의 하루 전날까지 간호법 원안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간호법제정추진범국민운동본부는 국회 앞에서 2만여명이 모인 가운데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수요 한마당'을 개최했다. 참석자들은 간호법 제정을 요구하며 당정이 낸 중재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날 참석한 박준용 차세대간호리더연합 전국회장은 "종합적인 간호인력의 인권증진과 현장 개선은 오로지 간호법 제정으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코로나 때 국민은 간호사가 아니라 의사도 함께 지켰다. 그러나 파업할 때는 의사만 뛰쳐나갔다. 뒤따라 이제는 후발대로 다른 직역도 파업하겠다고 하는데 국민건강을 사랑하는 성숙함이 무엇인지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정부가 25일 발표한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간호법 제정과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간협은 "여당과 복지부는 이번 대책을 간호법 제정을 가로막는 정치적 도구로 활용해 그 의미를 퇴색시키지 말 것을 엄중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는 직역 단체들은 간협을 상대로 당정의 중재안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다. 앞서 25일 보건복지의료연대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정부·여당의 중재 의지를 수용해 대승적으로 양보한 보건복지의료연대와 다르게 간협은 합리적 중재안마저 거부해 더 이상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 불가능함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회장도 "함께 국민건강을 돌봐야 할 보건의료직역을 갈라치고 약소직역을 억압하는 것은 어느 국민도 납득하기 어려우며 또한 정치적 심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건복지의료연대 측은 간호법 제정 시 총파업 수순을 밟겠다며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실제 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달 7~19일 회원들을 대상으로 간호법 저지를 위한 총파업 찬성 여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약 83%가 파업에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간호조무사협회 또한 한 차례 연가 투쟁을 벌이며 간호법 통과 시 총파업에 나설 것임을 기정사실로 했다.


정부는 막판까지 간호사 처우개선 행보를 이어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6일 영등포병원을 찾아 간호사 현장 의견을 청취했다. 앞서 발표한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의 연장선상으로 '처우개선' 카드를 통해 끝까지 간호계를 설득한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조 장관은 "대책안이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이행되도록 지속적으로 현장 간호사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정부의 간호인력 지원정책이 현장에서 체감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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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간호법 본회의 상정이 보류된 지 2주 동안 각계의 입장에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국회에서 어떤 결정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간호법과 의료법 개정안 등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강행 처리 시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 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하면서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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