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넷플릭스 3.3조 투자의 그림자
"한국 콘텐츠에 4년간 3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첫날, 넷플릭스는 돈 보따리를 풀었다. 넷플릭스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에 투자한 금액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정부는 윤 대통령이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서 수출 마케팅에 직접 나선 성과라고 자평했다. 윤 대통령은 파격적인 투자 결정을 환영한다고 화답했지만, 이 투자 소식에 마냥 기뻐하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통신업계의 숙원 과제인 망 사용료에 대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넷플릭스·구글 등을 만난다는 소식에 통신사들은 망 사용료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인터넷제공사업자(ISP·통신사)와 구글·넷플릭스 등 해외 콘텐츠제공사업자(CP)는 망 사용료를 놓고 수년간 논쟁을 벌이고 있다. 콘텐츠 제공사업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하고 있지만 망 이용 대가 지급을 회피해 ‘무임승차’를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한국은 망사용료 논의에 앞장서왔다. 통신사와 넷플릭스 간 세기의 재판을 벌이고 있다. 국회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자가 전기통신망을 이용할 때 망 이용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의 ‘망사용료법’도 발의했다. 하지만 깜짝 투자 발표로 통신사들의 ‘제값 받기’ 노력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처지에 놓였다.
투자 규모도 성과라고 내세우기엔 다소 아쉽다. 넷플릭스는 최근 3년간 약 1조5000억원을 투자했다.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투자액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투자액은 8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냥 올해처럼 4년간 투자하면 3조2000억원이다. ‘3조3000억원’이 파격적인 숫자는 아니다. 또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수익 창출 효과도 적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제작비를 전액 투자하는 대신 지식재산권(IP)을 독점한다. 콘텐츠가 흥행하더라도 제작사는 일정 수익 이상을 받을 수 없다. 넷플릭스 쏠림 현상이 커지면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경쟁력에도 문제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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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투자 발표 이후 윤 대통령 소재로 기업 홍보에 나섰다. 한국 대통령을 앞세운 넷플릭스의 최고의 홍보 전략이었다는 씁쓸한 뒷말도 나온다. 결국 이번 무대의 주인공은 ‘윤 대통령’도, ‘한국 콘텐츠 기업’도 아닌 ‘넷플릭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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