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신차 수요 폭발…환율·전기차도 큰 도움
현대차그룹 사상 첫 재계 영업익 1위의 원동력은
1분기 전 세계 179만대 판매
고가 전기차·SUV 비중 늘고
수요 견조해 판촉 비용은 줄어
현대차그룹이 2000년 현대그룹에서 떨어져 나오면서 그전까지 10년 넘게 이어오던 국내 재계 1위 타이틀은 삼성그룹으로 넘어갔다. 정몽구 당시 현대차 회장은 현대차를 비롯해 직전 해 인수한 기아차(현 기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 관련 계열사 10곳을 떼어내 독립했다. 이듬해 기준 현대차그룹 재계 서열은 5위. 자산은 2배가량 차이가 났고 버는 돈은 삼성그룹이 현대차보다 6배 이상 많았다.
이후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격차는 꾸준했다. 현대차그룹이 출범한 2000년 이후 연간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격차가 가장 적었던 때는 2016년으로 당시 두 그룹 간 격차는 3조원이 채 안 됐다. 최근 수년간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삼성전자의 호실적으로 두 그룹 간 격차가 컸다. 현대차그룹은 과거 주력 시장이었던 중국 내 판매 부진 등이 겹치며 고전했다. 2018년에는 순이익이 10배 이상 벌어지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어느 정도 시차를 두면서 영향을 주는 모양새다. 감염병이 불거진 2020년 초창기엔 대다수 산업계가 힘들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IT 업종은 가전·컴퓨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실적이 좋았다. 최근 들어선 반도체 수요 부진에 따라 삼성전자 실적이 고꾸라졌고 그룹 전체 실적에도 영향을 끼쳤다. 수요가 줄어 단가가 떨어지고 재고가 쌓이는 등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그룹은 12개 상장사 가운데 6곳의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완성차를 중심으로 한 현대차그룹은 코로나19로 인한 생산·공급 차질로 주춤했으나, 그로 인해 억눌렸던 신차 수요가 폭발하면서 수익성이 나아졌다.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는 최근 2~3년간 코로나19·전쟁 등으로 부품 수급에 애를 먹었는데 현대차그룹은 상대적으로 잘 대처했다는 평을 듣는다. 환율 덕도 많이 봤다. 올해 1분기 현대차와 기아는 전 세계에서 각각 102만대, 77만대 정도 팔았다.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의 ‘역전’ 현상은 우리나라 교역에서 반도체 무역수지가 자동차에 뒤처진 것과 오버랩된다.
글로벌 시장서 상품성 인정받아
재고관리 효율적으로 이뤄져
당분간 수익상승세 지속 전망
단순히 판매량만 늘어난 게 아니라 전기차·SUV 등 비싼 차 비중이 늘어난 점, 수요가 견조해 판촉 비용이 줄어든 점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치면서 수익을 끌어올렸다. 현대차그룹은 상장사 10곳 가운데 3곳을 빼고 모두 분기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본다. 남주신 교보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코로나 기간 타 완성차 업체들 대비 생산 차질이 적었다"며 "과거 대비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소비 경험 기회를 넓혀 제품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연말까지 지금과 같은 기류가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일단 IT·가전 등 전방산업 부진에 따라 반도체 업황 회복은 단기간 내 기대하긴 쉽지 않은 처지다. 반도체는 본디 업황 사이클에 따라 실적이 크게 좌우되는데 글로벌 경쟁은 한층 치열해졌다. 여기에 미·중 간 기술 패권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에도 휘말리면서 오롯이 수익성만 따져 중요한 사업 결정을 하기도 힘들어졌다. 다만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관련 계열사가 업황 회복 때까지 견딜 만한 기초체력이 충분한 점이 위안 요소다.
현대차그룹은 당장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글로벌 주요 시장 곳곳에서 상품성을 인정받으면서 제값받기가 통하고 있다. 업체 간 판촉 경쟁이 가장 치열한 미국에서 현대차·기아의 인센티브는 업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고 재고관리가 효율적으로 이뤄지면서 신차 판매 과정에서 비용이 적게 든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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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곳곳에서 긴축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금리가 오르면서 소비자 구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상황만 보더라도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신차 주문 후 수개월, 수년을 기다려야 했는데 최근 들어선 대기기간이 많이 줄었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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