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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임시완 "칸영화제, 절실한 연기 원동력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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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준영役
가치관 충돌한 악역…기부로 당위성 찾아

"네 폰, 내가 주웠으니까." 남의 전화기를 주워놓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태연히 말하는 의문의 남자. 소름도 잠시. 영화는 이내 시청자를 깊숙이 극 안으로 끌어들인다. 배우 임시완(34·임웅재)은 지난 17일 공개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감독 김태준)에서 우연히 주운 스마트폰 주인에게 나쁜 의도로 접근하는 남자 준영으로 분했다. 그는 어떤 죄의식도 없이 치밀하게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느긋하고, 침착하다. 요즘 흔한 말로 '맑은 눈의 광인'이다. 일상적이라서 더 서늘한, 차분해서 더 공포로 다가오는 건 '임시완'이라서다. 그의 얼굴에는 눈 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최근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임시완은 "준영의 전사(前史)를 만들지 않았다"며 "비뚤어진 악인의 아티스트적인 기질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맑은 눈의 광인…섬뜩한 악인(惡人)
배우 임시완[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임시완[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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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평범한 회사원이 스마트폰 분실 이후 해킹으로 인해 일상을 위협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임시완이 스마트폰을 주운 후 나미(천우희 분)에게 접근하는 준영을 연기한다. 준영은 나쁜 의도를 가지고 스마트폰에 저장된 수많은 개인정보를 분석해 사용자의 관심사, 인간관계까지 파악해 나미에게 접근한다.


임시완은 섬뜩한 준영이지만 현실에 발붙인 인물이라고 봤다. 그는 "실제 현실에서 충분히 존재할 법하다고 봤다. 금전적 목적이 아니더라도 휴대전화를 해킹해서 악용하는 짓을 하는 사람이 어디선가 있지 않을까. 나한테도 일어날 법한 재앙이라서 더 무섭게 느껴진다"로 말했다.


"여자인 줄 알았던 준영이 알고 보니 의문의 남자였음이 드러나는 장면에서 '우와!' 소름 끼쳤어요. 준영에게 그릇된 아티스트적인 얼굴이 있다고 봤어요. 사람을 살해하는 방법도 달리해가면서 '내 예술적 영감을 건드렸어!' 하고 놀라지 않았을까요. 아주 비뚤어졌죠. 이후 전리품처럼 피해자들의 사진을 수집하는 수집가적 면모도 아티스트적인 기질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임시완은 악역을 연기하면서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최대한 집중하고 몰입하면서 에너지를 쏟아야 하고 스스로 당위성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가치관이 부딪힐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로서 짜임새가 좋은 대본을 선택하고 싶지만, 나쁘게 비칠 수 있는 악역이라면 어떻게 할까. 거기에 대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마음의 무게감을 희석하기 위해 출연료의 일부 금액을 기부했다"고 전했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스틸[사진제공=넷플릭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스틸[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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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임시완은 "배우로 살지 않았다면 인스타그램을 안 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SNS에 일상 사진을 많이 올리지 않는다. 그런 활동이 썩 건강해 보이지 않는다. 필요에 의해 꾸준히 하고는 있지만 일 관련 게시물을 주로 올린다. 지극히 개인적인 게시물을 올리는 건 부담된다. 내가 오늘 어디에서 뭐 했고, 어떤 걸 좋아하는지 모든 정보가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 꺼림칙하다. 픽션이지만 영화처럼 위험에 노출되기 쉬워질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은 카카오톡이라고 했다. 임시완은 "메시지를 주고받는 기능으로 사용한다. 많은 사람이 사용하다 보니 소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편"이라고 했다.


"연기에 정답 없어…끝없이 연구"
배우 임시완[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임시완[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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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완은 2021년 제74회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비상선언'(2022)으로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불한당'(2017)으로 칸을 찾은 적은 있지만, 드라마 일정과 입대를 앞두고 타이트한 스케줄을 소화한 후 바로 출국해야 했다. 그래서 이번 칸 영화제는 더욱 남달랐다고 했다.


"칸 영화제에 다녀온 건 배우로 사는, 연기 원동력이 됐어요. 지금도 유효하죠. 눈빛을 잊을 수가 없어요. 첫 시사회에 들어갈 때, 영화를 함께 보고 저를 전혀 모르는 외국인 관객들이 모여 기립박수를 쳐주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어요. '이래서 연기를 하는구나' 느꼈죠. 목표가 명확하게 설정됐죠. 기준점을 높이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연기를 적당히 하면 안 되겠다, 악착같이 해서 언젠가 다시 이 영광을 누리고 싶다고 마음먹었어요."


임시완은 '미생'(2014) 이성민, '변호인'(2013) 송강호, '불한당: 나쁜놈들의 세상'(2017) 설경구, '비상선언'(2022) 이병헌을 비롯해 쟁쟁한 배우 선배들과 호흡을 맞췄다. 이를 돌아보며 그는 "큰 자산이 됐다"고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선배들이 촬영장에서 연기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관찰하면서 파악할 수 있었다. 연기의 정점에 오른 선배들도 모두 연기에 대한 중압감을 갖고 계시더라. 연기는 끝없이 고민하고 연구해야 하는 거라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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