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사이 사룟값 미국 10.3%, 영국 8.4%, 유럽연합 8.8% 올라
국내 조사 응답자 26.1% “양육 포기나 파양 고려한 적 있다”
[아시아경제 김성욱 기자] 세계적인 고물가의 여파로 반려동물 유기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 용품 및 사료 가격이 치솟는 '펫플레이션(펫+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반려동물 주인들이 양육을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3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호주 멜버른의 동물 보호소 '길 잃은 개들의 집'을 운영하는 수전 텔렙스키를 인용해 이 같은 사실을 전했다. 이 보호소는 수백 마리의 유기 동물을 돌보고 있는데, 동물의 수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보호소에 최근 입소한 4살짜리 나폴리탄 마스티프종 강아지 '차콜'의 경우도 주인들이 더는 반려동물을 기를 여유가 없다고 말하며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전은 차콜을 기르는 데 연간 1600호주달러(약 146만원)에 달하는 사룟값이 든다고 추정했다.
수전은 "우리 보호소에는 500마리의 동물이 있다"며 "반려동물 물품을 구매하고, 사료를 채우고, 모든 동물의 건강을 확실히 하는 면에서 궁핍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그들의 반려동물과 자녀 중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라며 "어떤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됐다"고 덧붙였다.
BBC에 따르면 호주에서는 지난해부터 반려동물 유기가 늘고 입양 건수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최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생계비·사룟값 상승, 실직,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이런 추세가 뚜렷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호주 반려동물 복지단체 포 포즈의 레베카 리니겐은 재정 압박이 "사람들을 절망적인 상황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려동물 사룟값 상승은 국제적인 문제다. 이는 사료에 고기와 곡물, 그리고 미량의 영양소 등이 포함돼 최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펫에이지에 따르면 지난해 6월에서 올해 6월 사이 사룟값 인상률은 미국(10.3%), 영국(8.4%), 유럽연합(EU·8.8%) 등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펫플레이션으로 양육 포기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14일 다나와에 따르면 수입 사료 브랜드인 네슬레퓨리나의 '알포 1세 이상 성견용(10kg)' 제품 최저가는 3만6530원으로 지난해 10월(2만9780원)에 비해 22.6% 올랐다. 또 다른 브랜드 로얄캐닌의 '미니 인도어 어덜트(8.7kg)' 제품 가격 또한 지난해 10월 6만2480원에서 7만2900원으로 16.6% 상승했다.
같은 조사에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응답자 중 26.1%가 '양육 포기나 파양을 고려한 적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 이유로는 '물건 훼손·짖음 등 동물의 행동 문제'가 27.8%로 가장 많았으나, '예상보다 지출이 많음'이 22.2%로 2위를 차지하는 등 사룟값 인상 압박이 가시화되고 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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