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4월에는 국민의힘에서 쌀 시장격리 촉구
공수 바뀐 여야, 이번엔 민주당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강행 처리
'민생' 볼모로 힘겨루기
밥 한 공기 쌀값 '220원'…사료값도 안 나온다는데 볏논 갈아엎는 농가 위한다는 초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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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누가 한 말일까.


"농림부는 농민에게 약속한 쌀 시장격리 조치를 왜 처리하지 않고 있나. 당은 최저가경쟁 입찰 방식 개선안을 마련하는 등 제도 개선에 앞장서 나가겠다."

"(시장 격리가 늦어진 게)오직 재정당국의 물가관리 차원에서 검토된 결정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정부는 시장 초과공급 전량에 대해 신속히 추가 격리에 나서야 한다."


전일(1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농림법안심사소위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한 민주당에서 나왔을 것 같은 발언이지만, 이는 모두 국민의힘에서 나왔다. 각각 올 4월26일, 작년 12월28일 성일종 의원과 장순칠 당시 국민의힘 선대위 대변인이 당정의 쌀 추가 격리 조치를 두고 한 말이다.

고공행진하는 물가 속에서도 유독 쌀값만은 하락세를 보이며 농가 경제에 타격을 주자, 국회에서는 작년 하반기부터 농가 대책 마련을 촉구해왔다.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에 '실기' 가능성을 지적하며 비판했다.


쌀이 초과 생산되거나 쌀값이 폭락할 경우 정부는 쌀 격리 조치를 통해 농가 타격을 최소화하는데 이러한 시장격리는 작년 12월, 올 4월과 7월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그러나 선제적으로 '수확기'에 해야 했을 시기를 놓치고, 수매 방식도 가장 사게 적어 낸 가격대로 사는 '최저가입찰' 방식이라 "추수해봤자 개 사료값에도 못 미친다"는 농가에 실효성 있는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진 것.


급기야 올해 쌀값이 4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농민은 농사를 포기하고 집회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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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한 공기(100g)에 220원. 작년 수준인 300원으로 제 자리를 찾는다고 해도, 이미 물가 상승에 맞춰 오른 비료값·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적자라며 콤바인(곡물 수확 차량) 대신 트랙터로 벼를 갈아엎는 농민들에게는 정부가 바뀌었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다. 여전히 쌀값은 하락세이고, 정부 대책은 늘 한 박자씩 늦었으며 그 속에서 이들은 한결같이 '쌀값 정상화'를 외치고 있을 뿐이다.


그 사이 바뀐 것은 정치권 내 공수다. 이번에 정부·여당의 미온적인 대책을 비판하고 나선 쪽은 다시 야당이 된 민주당이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입법'을 통해 대안을 마련하자면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꺼내 들었다. 현재 임의조항인 시장격리 조치를 의무조항으로 바꿔 생산량이 초과되면 자동으로 격리하자는 것과 최저가경쟁 입찰 방식을 개선하자는 게 담겼다.


큰 틀에서 보면 여야 모두 강조해왔던 내용이기도 하다. '쌀값 정상화'라는 게 정치적 입장에 따라 갈릴 사안은 아니란 얘기다. 뿐만 아니라 농해수위 자체도, 다른 상임위와 달리 정무적으로 충돌이 있었던 곳도 아니다. 그런데 '날치기 처리 0건'이라는 관행을 깨고 전일 민주당이 양곡관리법을 강행 처리하면서 '선비 상임위'가 어쩌다 정쟁의 한 복판에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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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곡관리 개정법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22개 민생법안' 중 하나였다. 일각에선 민주당의 양곡관리법 단독 처리를 놓고, '민생'을 내세워 원내 1당으로서 입법 권한을 최대한 행사하려는 의도 있는 강행이라고 본다. 또한 정부 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어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국민의힘에 대해선 '이재명표 민생법안'이 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의 표현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갈아엎는 쌀 앞에 '정쟁'이 낄 자리는 없다.


폭우에, 태풍까지 겹치며 애면글면하며 농사를 지었던 농가에는 다행히도 올해 풍년이 왔지만, 농민들은 쌀값 추가 하락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여야는 이번 정기국회에 임하는 각오로 민생을 위해 '협치'하겠다고 말하긴 했지만, 비쟁점 이슈인 쌀값 정상화부터 '이재명표'냐 아니냐를 놓고 힘겨루기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어 진정성을 찾긴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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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해수위 소위를 통과한 이 법안은 향후 농해수위 전체회의→법사위→본회의 등을 거쳐야 한다. 국민들은 길목마다 여야가 공방하는 모습을 보게 될 텐데, 여야 '밥그릇 싸움'에 진짜 '밥값'을 고민했던 초심이 물 말아먹게 되는 일은 없기를 바랄 뿐이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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