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팻 겔싱어는 왜 美 반도체지원법 제정에도 마냥 웃지 못하나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오른쪽)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 미 오하이오주 인텔 신규 반도체 공장 착공식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지난 9일(현지시간)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오하이오주 신규 반도체 공장 기공식에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나타났다. 그는 착공 소감을 발표한 뒤 연설을 하기 위해 연단으로 올라온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마주 서서 짧은 대화를 나누고 환하게 웃었다. 지난 6월 겔싱어 CEO가 미 의회에 반도체지원법 통과를 요구하며 연기한 오하이오 착공식이 석 달 만에 다시 열린 순간이었다. 반도체지원법은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까지 절차를 끝마쳤고 인텔은 이 법으로 지원을 받을 대표 기업으로 손꼽힌다.
◆ "수익성 높여라" 주주들 요구 직면
겔싱어 CEO는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지원법 제정을 적극 지지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업계 수장이었다. 그가 바라는 대로 미국 반도체지원법은 제정됐지만, 인텔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법으로 인텔은 바이든 행정부의 정치적인 지원을 받게 됐지만 주주들의 수익성 압박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인텔의 사례를 언급하며 미국의 반도체 제조 부활 움직임이 월가의 요구와 충돌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가의 요구는 명확하다. 수익성을 높이라는 것. WSJ는 "미국에서 민간시장은 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에 자본을 할당한다. 그것이 선진적인 제조"라면서 "십수 년 전부터 규모의 경제가 압도적이어졌다. 공장을 만드는 비용이 100억달러(약 14조원)에 달했다. 대규모 제조업체들은 투자자들이 원하는 수익을 만족시킬 정도의 규모를 충족하기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제조시설 하나를 짓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데 수익성은 투자자들이 원하는 수준에 못 미친다는 의미다.
월가에서는 반도체 설계를 중심으로 하는 팹리스 기업을 선호한다. 지적재산권 등 최소한의 자본을 투입해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어서다. 미국 반도체 업체 AMD는 2009년 팹리스 회사로 전환, 반도체 제조는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 등에 아웃소싱했다. 투자은행 노스랜드캐피털의 거스 리처드 애널리스트는 "만약 AMD가 팹에 집착했다면 아마 파산했을 것이다. 실제 거의 그럴 뻔했다"고 말했다.
겔싱어 CEO는 취임 이후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고 대만 TSMC, 삼성전자와 경쟁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이에 향후 수년간 1000억달러 규모의 제조시설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3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첨단 공정 경쟁을 벌이고 있는 TSMC, 삼성전자와 비교해 인텔의 기술력은 아직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에 실제 인텔이 이 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수익을 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거라고 투자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 AMD에 시총 밀린 인텔…"내년에도 주가 하락세 지속될 듯"
실제 미국 IT 전문매체 톰스하드웨어에 따르면 겔싱어 CEO는 이달 초 한 콘퍼런스에서 인텔의 주가가 적어도 내년에는 계속해서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에 데이터센터 시장 점유율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주가는 2025년과 2026년부터 서서히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일부 사업 철수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2024년에는 분명 우리가 경쟁력을 갖출 것이고 2025년에는 트랜지스터와 프로세스 기술로 의심할 여지 없는 리더십을 찾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WSJ는 겔싱어 CEO의 계획에 대한 월가의 반응은 냉랭하다고 전했다. 인텔의 주가는 지난해 2월 겔싱어 CEO가 인텔 수장으로 컴백한 이후 50%가량 떨어졌다. 올해 들어 인텔의 기업가치는 '추격자'였던 AMD에 따라잡히기까지 했다. 2018년까지만 해도 두 기업의 시가총액은 300조원이 넘는 격차를 보였으나 AMD의 주가가 급등하는 동안 인텔은 주춤하며 최근 5년 새 시총이 역전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인텔이 주주들의 압박에 직면하는 상황은 일본, 대만, 한국, 중국 등 다른 반도체 강국의 기업과는 차이를 보인다고 WSJ는 분석했다. 이들 국가의 기업은 창업주, 정부 등이 지배적인 주주인 경우가 많아 미국 기업과 비교해 자본 수익이나 주당 이익, 주가 등에 비교적 덜 집중한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국영 기업이거나 정부가 대주주인 경우가 많고 해외 업체들의 시장 진입도 적극적으로 통제해 자국 기업을 보호하고 있다고 WSJ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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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인텔이 브룩필드자산운용과 합작사 만들어 애리조나 공장을 만들기로 한 것도 투자자들이 자본 지출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면서 나온 방안으로 해석된다. 인텔은 합작사의 지분 51%, 브룩필드는 49%를 확보하고 수익은 서로 나누기로 했다. 인텔은 이 소식을 전하면서 더 광범위하고 회복력 있는 공급망을 만들기 위해 대차대조표상 여력을 유지해 유연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외신들은 이 투자 방식을 두고 "자본 집약적인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자본조달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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