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먹는 하마' 공적연금]9대 기금, 매년 15조 혈세 투입…"개혁 시급"
윤석명 前한국연금학회장 "재정 분리하되, 연금제도 운영·관리 통합해야"
[아시아경제 세종=손선희 기자] 정부가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기금에 매년 투입하는 혈세는 15조원이 넘는다. 국민연금 재원이 가까운 미래에 고갈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연금개혁의 최우선 과제로 꼽히고 있지만 가장 많은 재정이 투입되는 기금은 이미 수조원대 적자를 내고 있는 공무원·군인연금이다. 주요 기금들이 매년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며 겨우 연명하고 있는 만큼 공무원·군인연금까지 포함한 전방위적 연금 개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2022~2026년 중장기 기금재정관리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민·공무원·사학·군인연금 등 4대 공적연금을 포함한 총 9개 기금에 투입된 재정은 총 15조6462억원이다. 지난해에는 17조3206억원의 재정지출이 이뤄졌고, 이후 2023~2026년까지 매년 약 13조원의 재정이 거듭 들어갈 예정이다. 이는 국가재정법 시행령에 중장기 기금재정관리계획 수립 대상으로 명시된 10개 기금 중에서 공공주택 출자·융자금 성격으로 규모가 큰 주택도시기금을 제외한 나머지 기금에 대한 정부 수입을 합산한 것이다.
문제는 이처럼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고도 일부 기금은 이미 만성적 적자 상태란 점이다. 대표적으로 공무원연금의 경우 자체 재정수지가 올해 약 3조원의 적자를 기록한 뒤 갈수록 적자 폭이 확대돼 2026년에는 8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를 메우기 위해 들어가는 재정 규모만 올해 4조7900억원으로, 이 역시 매년 불어나 2026년에는 약 7조원에 육박한다. 올해를 포함해 향후 5년간 공무원연금에만 들어가는 나랏돈만 총 30조원에 달하는 셈이다. 이처럼 재정을 쏟아붓고도 2026년 1조원대 적자(정부 내부수지 포함)를 낼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올해 2조9000억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군인연금 역시 2026년에는 3조9000억원 수준으로 적자 폭이 확대될 전망이다. 공무원·국민·군인·사학연금 등 4대 공적연금에만 향후 5년간(올해 포함) 총 52조3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해 적자를 충당하겠다는 것이 정부 계획이다.
한국 인구는 이미 2020년을 기점으로 감소 추세에 돌아섰고, 출산율(2021년 기준 0.81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압도적 꼴찌다. 반면 고령화는 가파르게 진행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상태에서 연금개혁은 미루면 미룰수록 국민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상생의 연금개혁’을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주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타깃으로 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당장 재정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기금은 공무원·군인연금 등인 만큼 포괄적으로 논의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전 한국연금학회장)은 "과거 5년간 공무원연금 수급자 연금액 동결 조치가 작년부터 풀리면서 적자보전액이 급증했다"며 "중요한 것은 문재인 정부에서 13만명의 공무원을 더 뽑아 추가로 낸 보험료가 있는데도 적자가 발생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공무원 수가 늘어나면서 당장의 적자 폭이 줄었을 진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더 곪은, 최악의 경우"라고 우려했다. 특히 연금 개혁이 더딘 이유에 대해 "관료들이 직접 이해당사자인데다 (논의에 참여하는) 전문가들도 대학교수가 많다"며 "기득권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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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여년 간 연금개혁 필요성을 주장해 온 윤 연구위원이 내놓은 해법은 ‘연금제도 통합’이다. 그는 "각 기금의 관리를 통합 운영해 연금제도를 명실상부하게 동일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부정수급 등) 온갖 빌미로 (재정을) 빼먹는 행위를 못 하게 막아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재정투입) 총량이 엄청나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각 기금의)재정통합은 확실히 아니"라며 "재정은 분리하되, 관리제도를 통합해 가입자 기준으로 국민연금이든 공무원·사학연금이든 동일하게 통합하자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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