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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속도전 중요한데...국회서 발 묶인 한국형 ‘K-칩스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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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발의까지 속도 냈지만...그 이후가 문제

반도체 속도전 중요한데...국회서 발 묶인 한국형 ‘K-칩스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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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문채석 기자] 윤석열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한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K-칩스법’이 정치권의 위기 불감증과 정쟁에 밀려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위기론이 불거지고 있다. 세계 각국이 기술 패권을 놓고 헤게모니 전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처리가 시급한 데도 정치권의 후진적 행태에 발목이 잡힌 형국이다.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유럽연합(EU)의 칩스법 등이 나온 가운데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경쟁력이 악화될까 우려하고 있다.


◆시작은 화려했지만…‘미흡한’ 반도체 초강대국 전략=윤석열 정부는 한국의 대표적 경쟁력인 반도체산업을 키울 수 있는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을 발표한 뒤 잇따라 보완책을 내놨다. 하지만 여야 힘겨루기에 밀려 속도가 생명인 반도체 법안은 실행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예는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반도체특위)가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을 묶어 내놓은 ‘K-칩스법’이다.

양향자 의원(국민의힘 반도체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중심으로 꾸려진 반도체 특위는 지난 4일 특위 활동 시즌1을 종료하면서 K-칩스법을 발의했다. 6월28일 첫 출범 이후 5번의 회의를 거쳐 법안 완성을 하고, 법안 발의까지 속도를 냈다.


반도체 동맹인 ‘칩4’ 이슈로 국가간 반도체 경쟁력이 중요해진 시기라 최소한 미국, 유럽의 지원 보폭을 따라갈 수 있도록 규제 완화와 각종 정부 지원을 보완하는게 절실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법안은 기존의 민주당 특위에 이어 그 법안에 담지 못했던 내용들을 담은 초당적 법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이 때문에 특위 시즌1 종료 때만 해도 곧 시즌2가 국회 차원의 특위로 격상돼 계속 논의를 이어갈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특위 활동 종료 후 3주 째임에도 시즌2에 대한 결성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K-칩스법안 실행을 위해서는 예산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지만 모든게 멈춰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현재 많은 지자체장들이 기업들의 반도체 투자 기조에 발맞춰 반도체 클러스터, 반도체 특화단지를 만들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재원이 한정돼 있어 이에 대한 해결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정치권 반대가 잇따르고 있어 발의된 법안의 국회 통과도 쉽지 않다. 국회에 따르면 K-칩스법 소관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중소벤처자원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가 다음 달 5일 열리지만, K-칩스법 안건이 올라가려면 야당 간사(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가 여당 간사(이철규 국힘 의원)과 합의를 해 위원장(윤관석 민주당 의원) 동의를 얻어야 한다. 야당이 막으면 논의조차 제한될 수 있다.


‘규제 혁파’를 하면서도 ‘나라 곳간’도 지켜야 하는 기획재정부 쪽에서 ‘적극 지원’보다는 ‘난색’을 표한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정부는 내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0% 이내로 설정하기로 하면서 ‘허리띠 졸라매기’ 기조를 드러냈다.


◆기업 "반도체=타이밍" 발만 동동=K-칩스법 가운데 반도체 기업들이 가장 기대한 부분은 세제 혜택·인력 양성·설비 인허가 규제 완화다. 특히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들은 세제 혜택 부분에 대한 기대가 컸다.


K-칩스법 안에 묶인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 비율을 최대 30%까지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 기한을 2030년으로 연장하고 현행 6∼16%인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20% ▲중견기업 25% ▲중소기업 30%로 각각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반도체 투자 여력이 가장 많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기존 6% 수준의 세액공제 규모가 20%로 파격적으로 늘어나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세액공제율을 기존 6~16%에서 20~30%로 배 이상 늘리는 걸 재정당국이 쉬이 용인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라며 미국(25%)과 비교해 공제율이 턱없이 부족한 데, 좀 더 파격적인 세제 지원이 동반돼야 기업들의 시설 투자 확대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대기업 관계자는 "미국 등 주요국들이 반도체 세제 지원을 늘리는 흐름에 맞춰 정부 차원에서 빠르게 따라가려 하는 의지가 중요하다"며 "K-칩스법은 세액 공제가 핵심인데 그 부분이 늦어지면 인력 양성 및 설비 인허가 완화 같은 중장기 투자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할 수 있다. 지금은 기업 투자와 정부 지원이 시너지를 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핵심 수출 상품인 메모리 반도체가 내년 ‘0%’대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반도체 규제 완화와 세제 지원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 기업들의 반도체 투자 지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크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컨퍼런스콜에서 반도체 단기 설비투자 계획을 시장 분위기에 맞춰 탄력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고 실제로 올해 상반기 설비 투자액을 21조7341억원으로 지난해 25조1149억원 에 비해 13.5% 줄였다. SK하이닉스는 청주 신규 반도체 공장 증설 안건을 보류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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