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의 시대가 시작됐다. 실질적으로 세계경제의 글로벌 유동성을 관리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제롬 파월 의장은 2020년 8월 통화정책의 방향을 ‘평균 인플레이션 목표제’로 재설정했다. 이는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평균 2%를 넘지 않으면 일시적으로 2%를 넘어가는 인플레이션도 수용하겠다는 뜻이었다.
이러한 변화는 Fed가 인플레이션의 문제가 향후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고용촉진에 좀 더 방점을 둔 것이라고 해석됐다. 이러한 발표 이후 물가상승률이 증가했으나 파월 의장은 작년 9월까지만 해도 인플레이션은 ‘일시적(transitory)’인 문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상황은 현재 급격하게 변화했다. 지난 주 금요일 국제통화기금(IMF) 토론회에서 파월 의장은 1980년대 급격한 금리인상을 통해서 인플레이션을 잠재웠던 폴 볼커 전 Fed 의장을 언급하며 지난달 Fed의 금리인상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과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유동성 과잉공급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인플레이션을 야기한 주된 요인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재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는 상당한 합의점이 존재한다.
영국중앙은행 의장을 역임했던 찰스 굿하트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지난 30~40년 동안의 디플레이션 압력과 향후 20년 동안의 인플레이션 시대를 가르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새로운 인플레이션 시대가 지금 이미 시작된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가장 직접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일반 시민들의 실질적인 가처분 소득이 줄어드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시대에 일반 시민들의 생활은 더욱 팍팍해질 것이다. 현재 기대했던 것만큼의 속도로 경제회복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일반 시민들이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인플레이션의 문제가 금융위기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이다.
1980년대 볼커 쇼크 이후 인플레이션 억제는 Fed 의 신성불가침한 원칙이 됐다. 파월 의장이 평균 인플레이션 목표제를 공표한 것은 인플레이션 문제가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지, 인플레이션 억제라는 Fed 의 핵심 원칙을 완화하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시대에 Fed의 기준 금리 인상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Fed의 금리 인상은 미국으로의 자본유입과 함께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을 야기할 것이다. 현재 상당한 수준의 부채를 안고 있는 개발도상국들 또는 저소득 가계들은 상당한 수준의 금융적 부담을 겪을 수밖에 없다.
또한 만일 전 세계에 어디에서든 부채 압박을 견디지 못해 금융위기가 발생한다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단기간에 전 세계로 전파된 것처럼 금융적 바이러스도 급속하게 전파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여전히 코로나 팬데믹과 싸워나가면서 ‘금융적 팬데믹’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각자도생이 지배하는 국제질서에서 금융적 팬데믹을 예방할 수 있는 국제적 협력이 가능할지는 큰 의문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금융적 팬데믹에 맞선 한국의 각자도생의 길이라도 준비해야 한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지금부터 주가 2배 이상 뛴다" 데이터센터 지을때...
정재환 울산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