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선거범죄 檢수사권 삭제… 여야 ‘오월동주’ 비판 목소리
‘직권남용 수사’ 불가능… 권력형 범죄 처벌 사실상 불가능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22일 오후 국회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검수완박' 법안 중재안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22일 오후 국회에서 여야 원내대표와 '검수완박' 법안 중재안 합의문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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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경준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사실상 ‘검수완박 법안’에 합의하면서, 사실상 검찰은 기소와 재판을 전담하는 공소청으로 재편될 상황에 처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여·야가 합의안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 법안 중재안대로면, 국회 사법개혁특위 출범 후 1년 6개월 뒤면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모두 사라진다.

수사는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중재안에 따라 신설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서 하게 된다. 검찰은 경찰이 송치한 사건, 검찰이 시정조치를 요구한 사건, 고소인이 이의를 제기한 사건에 대해서는 범죄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벗어나지 않는 한에서만 보완수사가 가능하다. 즉 검찰은 주어진 사건을 확대해 또 다른 수사를 하거나, 보완 수사 과정에서 별건으로 추가 수사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결국 검찰이 수사와 기소를 전담했던 기존 형사사법체계는 대변혁의 시기를 맞이하게 됐다.

검찰은 검찰의 수사권 폐지 중재안을 놓고 여야의 ‘정치적 야합’이라며 날 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검경 수사권조정으로 인해 현재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는 영역도 6대 범죄로 한정돼 수사 권한을 상당 부분 덜어 갔음에도, 충분한 논의 없이 검찰의 모든 수사권을 뺏어가는 것은 그 이면에 다른 속셈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중재안에는 검찰청법 4조 1항 1호 가목에 따라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6대 범죄 중 ‘공직자·선거범죄’를 포함한 4대 범죄가 삭제됐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 검찰을 두려워했던 것은, 검찰이 공직자와 선거범죄 수사하면서 ‘선출된 권력’을 견제했기 때문이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하지만 검찰이 공직자·선거범죄를 수사할 수 없게 되면서, 정치권 인사들을 처벌할 수 있는 수단이 사라졌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에 따라 검찰이 박근혜 정부 인사들에게 적용했던 ‘직권남용 혐의’ 수사는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면서, 현 정부 고위 인사들의 비위 의혹 수사는 사실상 진행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공직자 범죄에 대한 수사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법리 구성이 난해하고 혐의 입증이 어려운 직권남용 범죄 수사의 노하우를 단기간에 습득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선거범죄의 경우에는 당장 오는 6월 지방선거부터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중재안에 따라 검수완박 법안은 이달 중 처리되고, 이와 관련된 검찰청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공포된 날로부터 4개월 후 시행하게 된다.


이 경우 오는 8~9월부터 검찰은 선거 범죄를 직접 수사할 수 없게 돼 경찰의 수사에 의존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문제는 현행법상 선거사범의 공소시효가 6개월뿐이어서, 경찰이 공소시효가 임박한 시기에 사건을 송치할 경우 ‘크로스 체크’ 없이 재판에 넘기거나 무혐의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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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검수완박 관련 법안이 시행돼 자리를 잡아가는 과도기에는 공직자·선거범죄 등 권력형 범죄가 암장될 확률이 높아졌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학계, 법조계, 실무진들에 대한 의견 수렴이나 숙의 없이 단기간 내 형사사법시스템이 변경됐다"며 "수사권 조정도 안착하지 못했고, 공수처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데 수사권이 나눠지고 중수청이 탄생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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