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쿵쿵거림, 뭔지 모를 드르륵거림, 윗집·아랫집·옆집에서 들려오는 층간소음이다. 공동주택에 사는 우리들은 때로는 피해자로, 동시에 가해자가 되어 서로 목소리를 높인다. 심지어 이웃 간 폭력 사태로까지 비화되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지도 오래다.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민원은 2021년 약 5만건으로 2012년과 비교하면 5배나 늘었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 듯하다. 이 해묵은 문제를 어떻게 지혜롭게 풀어낼 수 있을까.


층간소음과 결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용한 집을 지어야한다. 2022년 8월부터 시행되는 ‘층간소음 사후 확인제’는 공동주택 준공 전 층간소음 차단 성능을 측정하여 기존보다 더 조용한 집을 짓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소음 차단의 기준이 강화돼 종전에 50~58 데시벨(dB)이던 기준이 49dB로 낮아졌다. 이를 판정하는 방법도 과거 실험실에서 했던 것을 현장 기준으로 변경했다. 2004년부터 시행돼온 ‘사전 인정제도’가 실험실 측정에 한정됐다는 점에서 이번에 시행될 사후 확인제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는 제도다. 소음 차단 수준이 기준에 미달될 경우, 지방자치단체 등 사용검사권자는 사업자에게 바닥구조 보완 시공, 초과 소음에 대한 손해배상 등 조치도 권고할 수 있다.

한편 건설사들도 층간소음 사후 확인제를 새로운 규제로 받아들이며 강화된 기준 달성을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우리나라 아파트 대부분은 벽이 위층 바닥을 지지하는 ‘벽식 구조’다. 따라서 새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선 바닥 두께를 두껍게 해야 하며 이는 분양가 인상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층간소음 해법으로 거론되는 기둥식 구조 또한 건축비 증가로 이어지기는 마찬가지다.


바닥과 벽이 이어지는 공동주택의 구조적 한계 상, 과도한 층간소음을 발생시키는 사용자를 관리하기 위한 제어장치 또한 중요하다. 관련 법(공동주택 층간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정하는 층간소음 유발 행위의 정의는 두 가지다. 뛰고 걷는 동작으로 인한 직접 충격 소음이 있고 TV 소리 등으로 인한 공기 전달 소음이 있다. 동 규칙에 따르면 층간소음 피해에 대한 법적 구제 방법으로 관리소에 피해 상황을 알리고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다. 물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민사소송 과정은 지난하며 배상금액도 크지 않아 피해자 입장에서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 층간소음의 기준 및 배상금액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층간소음 규제는 이미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수준이다. 공동주택이 1300만호에 이르는 나라임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아파트가 경제적 자산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강력한 규제만으로는 이 복잡하고 예민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 강력한 규제와 함께 강력한 인센티브라는 당근까지 제공한다면 건설사가 자발적으로 더 조용한 집을 짓기 위한 경쟁 구도에 뛰어들 것이다. 사후 확인제가 신규 분양주택에만 적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지어진 집에 대해서는 공동체의 이해와 배려도 병행돼야 한다. 모두가 층간소음 없는 세상을 꿈꾸는 만큼, 모두의 노력이 모여 ‘누구나 조용한 집에 살 권리’라는 작지만 큰 행복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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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 층간소음 없는 집 만들기…규제만으론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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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토지주택연구원 양홍석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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