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20대 여성 B가 책 한 권을 들고는 나에게 물었다. 이 책 혹시 읽어보셨나요, 어떤가요, 하고. 그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2년쯤 된, 사회 초년생 티를 벗어가고 있는 직장인이었다. 직무와 관련된 온라인 컨퍼런스가 있으면 꽤 비싼 가격에도 일부러 듣고 잘 알 수는 없으나 이런저런 자기계발도 하는 듯했다. 나는 그가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같은 사무실에서 그와 함께 일했다.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는 건 즐거운 일이었다.
그가 든 책의 제목에는 ‘노력’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었다. 노력해야 한다는 건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건지 잘 알 수 없는 중의적인 것이었다. 읽어보지 않았다고, 책이 재미있어 보이냐고 묻자 B는 대답했다.
“노력하지 마라, 열심히 살지 마라, 좀 쉬어라, 하고 말하는 책이면 안 읽으려고요. 그런 책들 지겹고 진짜 남는 것도 없어요.”
한동안 노력하지 말라는 책들이 인기를 끌었다. 나의 기억으로는 대략 ‘사축일기’라는 책이 나오던 즈음, 그리고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이 비판받기 시작한 이후부터가 아니었나 싶다. 그간 ‘노오-력’만을 강조해 온 사회에 대한 반발심리였을 것이다. 한동안 개인에게 쉼이 필요하고 스스로의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의 책들이 출간되었다. 나름 힙하다고 할 만한 표지 일러스트를 넣은 에세이 장르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면서 ‘워라밸’이나 ‘N잡러’, ‘사이드 잡’이라는 현상이 나타났다. 일과 삶을 분리해야 행복할 수 있다는 인식, 그리고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하면서 살아가는 방식. 어쩌면 모두에게 휴식이 필요했던 10여 년이었는지도 모른다.
무엇이 옳은지는 잘 모르겠다. 노오력을 기반으로 한 자기계발의 시대가 지나간 이후 이제 휴식을 기반으로 한 자기돌봄의 시대 역시 지나가는 게 아닐까. 사실 그러한 흐름에 적당히 영합한 사람들이 반짝 빛나기는 했으나 그 끝이 좋지 않은 경우도 나는 많이 보았다. 멀리서 보기에는 전문가처럼 보이지만 정작 직장에서의 평가는 좋지 않은, 이것저것 손대면서 어딜 가든 그 공간을 폐허로 만드는,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그건 B와 같은 사회 초년생이 보기에도 좋은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 내가 뒤늦게 사회생활을 하며 만난 좋은 사람이란 자신의 전문분야가 있으며, 거기에 진심으로 몰두하며, 꾸준히 자신을 단련시켜 나가는 이들이었다.
그러나 다시 개인에게 가혹한 시대가 도래하길 바라지는 않는다. 다음의 유행은 적당히 벌고 어서 은퇴하자는 파이어족에 닿아 있는 듯도 하지만 무엇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우리가 조금 더 나은 답을 향해 나아가길 바랄 뿐이다. 무엇보다도 B와 같은 청년들이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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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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