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우크라 침공'에 보호무역주의 가속…TBT '역대최다' 3966건 통보
FDI 규제도 1년새 배 이상 늘어
"정부 간 기술표준·통상협력 늘려야"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코로나19 장기화, 미국·중국·러시아 간 주도권 싸움 등으로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장벽이 한층 높아졌다는 사실이 통계로 증명됐다. 국가끼리 서로 다른 규정, 표준 등을 적용해 상품 이동과 무역을 저해하는 무역기술장벽(TBT) 통보 건수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급증한 것이다. 글로벌 외국인직접투자(FDI) 규제 정책은 1년간 배 이상 늘었다.
12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된 TBT 건수가 3966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종전 기록인 2020년 3352건보다 18.3% 늘어난 수치다. 신규 통보 건수만 2584건으로, 역시 종전 기록 2018년 2085건을 갈아치웠다. 지난해에도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의 TBT 통보 증가 추세가 이어졌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391건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 126건, 한국 117건, 유럽연합(EU) 104건 등을 기록했다. 그만큼 핵심기술 표준 및 인증 절차를 둘러싼 주요국 간 경쟁이 치열했다는 의미다. TBT는 국가 간에 서로 다른 기술규정, 표준, 시험인증절차 등을 적용해 상품 이동을 저해하는 무역 장애요소를 의미한다. 관세 부과와 달리 명시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비관세장벽이다.
대한상의는 TBT 증가세에 대해 각국이 기술규제를 기술·표준 경쟁에 대한 전략적 도구로 활용하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로 침체된 자국 경제 회복과 첨단산업 주도권 확보 등을 위해 다른 나라를 견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개도국들이 에너지효율등급 규제 등 선진국 기술제도를 차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사실도 TBT 급증의 원인으로 떠올랐다.
글로벌 보호무역과 핵심기술 보호주의는 외국 투자가들의 투자를 억제하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특히 선진국이 전략적 업종 기업의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제어했다. 코로나가 시작된 2020년 글로벌 FDI는 한 해 전보다 35% 쪼그라들면서 9989억달러(약 1232조1432억원)에 머무르며 1조달러 선이 깨졌다. 각국이 도입한 외국인 투자 규제 정책은 2020년 50개로 전년 21개보다 배 이상 늘었다. 촉진 정책은 72개로 2019년 66개와 비슷했다. 전체 정책은 152개로 2019년 107개보다 40% 늘었다.
대한상의는 주로 선진국이 외국인투자 규제를 늘렸다고 분석했다. 국가안보, 주요 인프라 외국인 소유권 제한, 핵심기술 이전 제한 등을 통해 자국 주요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자국의 주요 안보 기업을 인수·합병(M&A)할 때 국가개입 정책을 강화하는가 하면(미국, 독일, 영국, 캐나다), 외국자본 유입 시 자국 콘텐츠를 쓰도록 요구를 강화하는(인도네시아, 앙골라, 나미비아) 사례 등이 포착됐다. 투자 촉진 정책의 경우 외국인 투자 유입이 절실한 중국, 러시아, 멕시코 등이 활발히 시행했다. 투자 정책 투명성 제고, 투자자 보호 강화, 국가와 투자자 간 분쟁 해결 수단 마련 등에 역점을 뒀다.
세계 상품무역 거래 제한 조치 건수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323건에서 지난해 1~10월 138건으로 줄었다. 광산물, 농산물, 섬유 등 원자재와 부품 장비 품목을 중심으로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의는 올해부터 선진국을 시작으로 '엔데믹' 체제 전환이 시작돼 각국의 무역 제한 조치가 늘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세계 경기가 예상보다 둔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가파른 물가 상승 및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여파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미중 간 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에 따른 국제 교역질서의 불안정성 등도 심해질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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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상의는 정부 간 기술 표준화 협력 강화를 통해 TBT에 신속히 대응하고, 주요국과의 통상이슈 협력 기반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기술 동향을 파악해 기술규제에 선제 대응하고 글로벌 상품·서비스 무역조치 동향 점검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성우 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장은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에서 주요국들의 공급망 재편과 기술 주도권 경쟁, 탄소 국경세 도입 등 새로운 보호주의 움직임은 더 빨라지고 정교해지고 있다"며 "향후 미·중·러 등의 헤게모니 경쟁 때문에 지정학적 불안이 부각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통상 이슈에 대한 주요국과의 협력 기반을 공고히 하면서 신속한 자체 대응책을 마련하는 게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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