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결산법인의 정기주주총회가 마무리 된 상황에서 2022년 주주총회를 되돌아보면 경영진과 소액주주 간 정관 개정을 둘러싼 갈등이 올해도 재현됐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바이오기업을 중심으로 대표이사와 주요 경영진이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중도에 퇴진하게 될 때 퇴직금과 별도로 막대한 금액을 위로금으로 받도록 하는 경영권 보호 수단인 황금낙하산을 정관 조항으로 편입하려는 시도가 여러 기업에서 나타났다.
예를 들어 한 바이오기업은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물러나는 이사에게 퇴직금의 20배 금액을 퇴직보상액으로 하는 조항을 정관에 추가했으며 다른 바이오기업은 매출액이 230억원에 불과하지만 중도 퇴직하는 대표이사에게 200억원을 지급하고 다른 사내이사에게 100억원을 보상하도록 했다. 더욱이 이 기업들은 황금낙하산 조항을 쉽게 없애지 못하도록 주주총회 참석 주식의 80%와 총 발행주식의 75% 찬성이 있어야만 정관을 개정할 수 있게 했다. 해당 기업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비중이 10~20%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외부 주주가 정관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유통되는 거의 대부분의 주식을 매집하거나 의결권을 위임받아야 가능하기에 지배주주의 도움 없이 황금낙하산 조항을 폐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과도한 황금낙하산 조항은 결국 기업의 가치 훼손으로 이어지게 된다. 적대적 인수합병을 막는다는 명분이라도 경영진 교체 비용이 극단적으로 높아지게 되면 경영진은 어떠한 경영상의 잘못으로부터도 보호를 받게 된다. 잘못된 경영으로 기업가치가 하락하면 기업은 새로운 경영진으로 재기를 노릴 수 있어야 하지만 실패한 경영진이 참호를 단단히 구축한 기업에서는 소액주주들만 투자 손실을 일방적으로 떠안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경영진 견제의 책임이 있는 이사회에서 황금낙하산 조항의 적절성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 기업 대상 연구를 보면 황금낙하산을 채택한 기업의 이사회 독립성은 낮은 편인데 국내 상장기업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올해 황금낙하산을 도입한 바이오기업 중에서는 사외이사가 1명에 불과한 경우가 있을 정도이다 보니 이사회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과도한 황금낙하산 채택을 견제하는 또 다른 유력한 수단은 미국 등 13개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는 핵심 경영진 보수에 대한 주주승인투표(Say-On-Pay)가 있다. 정기 주주총회에서 CEO 등 주요 경영진의 보수내역을 승인받도록 하는 것이다. 비록 권고적 절차라고 해도 과도한 보수와 지나친 황금낙하산 조건을 억제하는 유력한 수단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어 국내 도입이 필요하다. 또는 대형 연기금이 투자 지침을 통해 경영권보호 정관을 채택한 기업 투자를 회피하거나 ESG 평가기관이 관련 기업의 평가에 감점을 부여하는 방안도 외부의 압력으로 작동할 수 있다.
다만 올해 주주총회에서 일반주주의 적극적인 연대로 경영진 스스로 황금낙하산을 폐지하거나 신규 도입안이 주주총회에서 부결되는 사례가 나온 점은 긍정적이다. 별도의 규제가 도입되지 않더라도 소액주주들의 인식 제고와 주주행동주의를 내세운 투자자의 등장만으로 경영진의 독단을 저지한 것이다. 결국 지배주주만을 위한 황금낙하산이 펼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제도적 대응도 필요하겠지만 투자자 자신의 각성이 요구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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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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