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주도권 싸움터’된 정부 공급망 조직
[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정부 부처에 공급망 전담조직이 속속 설치되고 있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는 물론 외교부, 국가정보원도 팔을 걷었다.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자 정부 차원에서 해외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 등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 산업안보를 굳건히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신호탄은 산업부가 쐈다. 산업부는 최근 글로벌공급망분석센터를 출범했다. 전문인력 30여명으로 구성된 국내 첫 공급망 분석기관이다. 외교부는 다음달 연구인력 10여명 규모의 외교안보센터를 만들기로 했다. 공급망 이슈를 분석하는 내부 싱크탱크 역할을 맡는다. 국정원은 지난달 국회에 공급망 관리를 전담할 산업기술안보국 신설 계획을 보고했다. 기재부도 행정안전부와 협의를 거쳐 이달 말 국(局) 단위의 경제안보공급망기획단을 출범시키겠다고 한다.
문제는 효율성이다. 공급망 조직이 부처 간 의견 조율 없이 중구난방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부처 간 업무 중복으로 효율성이 저하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글로벌공급망분석센터와 외교안보센터는 국내외 공급망 동향을 수집·분석한다는 점에서 업무중복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공급망 이슈를 선점하면 이를 명분으로 조직을 키워 부처 내 인사 적체도 해소할 수 있으니 부처들 입장에선 그야말로 일석이조일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부처간 알력다툼은 불가피하다. 벌써부터 관련 부처에서 인력을 파견 받아 운영하겠다는 기재부의 기획단을 두고 다른 부처에서 "재주는 우리가 부리고 성과는 기재부가 챙긴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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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은 주도권이 아니다. ‘제2의 요소수 사태’를 반복하지 않는 게 핵심이다. 이때다 싶어 경쟁적으로 몸집 키우기에 나서는 건 국민과 기업이 바라는 정부의 역할이 아니다. 무분별하게 관련 조직을 부처마다 만들기보다는 전문적으로 공급망을 컨트롤할 정부 차원의 종합 조직을 꾸려 현 위기 상황에 속도감 있게 대처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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