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쑤시는 팔·다리까지…생산직 80%가 산재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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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골격계 질병 산재 판정 기준 완화
'추정의 원칙' 기준 불명확해
사업장 제재로 리스크 확대
도덕적 해이 문제 부를 수도

쑤시는 팔·다리까지…생산직 80%가 산재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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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조선·자동차·타이어·건설업종 등에서 1년 이상 일한 종사자의 근골격계 질병에 대해 별도 조사 없이 산재로 판정한다는 정부의 추진 안에 경영계가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또한 산재 신청 급증 및 부정 수급 등 근로자들의 도덕적 해이와 사업장 제재 강화 등도 기업들이 부담스러워하는 요인이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는 27일부터 시행되면서 사고 발생 사업장의 대표이사 등 기업인들이 직접 처벌받을 위기에 놓인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업장 제재 반복까지 겹치면 기업이 고사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조사 없는 ‘추정의 원칙’에 사업장 경영 난항 예고= 21일 정부와 경영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추진하는 ‘근골격계질병 산재 인정기준 고시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업장 생산직 근로자의 최대 80%에 대해 직접 조사로 산재를 판단하는 것이 아닌 ‘추정의 원칙’ 적용된다. 고용부는 근골격계질병 추정의 원칙 기준으로 6개 신체부위(목·어깨·허리·팔꿈치·손목·무릎) 상병에 특정 업종(조선·자동차·타이어 등)·직종(용접공·도장공·정비공·조립공 등) 1~10년 이상 종사자를 대상으로 설정했다. 같은 부위 유사한 질병에 대해서도 추정의 원칙을 대폭 적용하기로 했다. 가령 목 디스크(경추간판탈출증)와 유사한 경추협착증, 경추증, 후종인대골화증 등 질환들에 대해서도 현장조사를 진행할 의무가 사라진다.


경영계는 고시 개정안의 업종·직종 단위 인정기준은 역학적 근거와 일관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고용부에서는 관련 연구용역을 3차례 진행했으나 특정 1년 간의 데이터 분석으로 결과를 도출했을 뿐 역학적 근거가 충분히 제시되지 못했고, 연구용역 결과마다 적용대상 직종 결과도 달라 기준의 체계성·정합성에 모두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해당 고시대로라면 적극적인 작업환경 개선 투자·노력을 기울인 사업장과 그렇지 않은 사업장이 일괄 적용되고, 사업장별 작업량 차이 등도 고려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덴마크·독일·프랑스 등 주요 국가 근골격계 질병 산재인정기준도 중량물 취급 횟수 및 취급량, 신체부위별 작업시간·횟수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경총은 의견서를 통해 고시 개정안이 무분별한 추정의 원칙 적용을 남발시키고, 설문조사 결과 정형외과 의사 및 인간공학 전문가 68%가 추정의 원칙 기준이 부적절하다고 응답해 적용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경총이 전국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질판위) 판정위원 1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근골격계질병 산재판정에 주된 역할을 하는 정형외과·인간공학 전문가 68%가 추정의 원칙 기준이 부적절하다고 응답했다.


김수근 용인강남병원 작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중량물 취급량, 부적절한 자세 횟수나 시간, 진동노출 정도 등 업무상 요인과 특정 질병 간의 인과관계를 문헌 검토로 확인한 후 정의하는 것이 정상적인 추정의 원칙 설정 방식"이라며 "업무 요인과 질병 간의 인과관계 검토 없이 편의적 방법으로 인정기준을 마련해 기본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 산재신청 집단을 대상으로 기준을 마련한 결과 특정 업종·직종의 산재승인이 더욱 용이해 불합리한 차별이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특히 무분별한 산재 승인 및 도덕적 해이 문제가 확산되고, 기업의 작업환경 개선 의욕 저하 및 정부의 사업장 제재 반복으로 이어질 것이 불 보듯 훤하다는 게 경영계의 판단이다. 우동필 동의대 인간공학과 교수는 "객관적 작업조사 없이 마련된 비과학적 기준을 적용한다면 작업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한 기업이나 열악한 작업조건을 고수하는 기업이나 모두 동일한 산재승인 결과를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용부 고시 개정은 기업의 안전보건 개선과 투자 확대 동기부여를 떨어뜨리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산재 기준 개정까지… "사업하지 말라는 거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기업활동이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산재 기준마저 개정되자 경영계와 학계에서는 ‘기업 돈으로 생색내기’ ‘기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앞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산업안전보건법 등 기존 법령과 별도로 처벌토록 하는 데다 예방을 위한 정부의 지원 정책은 없어 재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산재보험은 기업이 100% 부담하는 의무보험으로 "근골격계 산재 기준이 변경되면 기업들은 처벌받고 돈만 내는 상황이 반복돼 경영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진다. 고용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연간 산재보험 급여지출액은 약 6조원이다. 3년 전인 2017년에는 4조원 규모였는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산재보험 인정률이 크게 올라가면서 급여지출액도 크게 올라간 것으로 파악된다.


경영계는 고용부가 행정예고한 관련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돼 산재보험 인정범위가 넓어지면 기업들의 보험금 부담이 지금보다 훨씬 급격하게 증가할 것을 보고 있다.


전승태 경총 산업안전팀장은 "현 정부 들어서 산재승인율이 크게 늘면서 이미 기업들의 산재보험 급여부담이 크게 증가했다"며 "추가로 산재인정 범위가 넓어지면 기업들의 재정부담이 더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도 "입법부가 중대재해처벌법을 통과시키고 난 후 바로 행정부마저 산재 판정 기준을 제재 위주로 변경했다"며 "산재를 예방하는 방안은 실제로 효과가 드러나기까지 오래 걸리기 때문에 입법부와 행정부가 책임을 기업에 외주화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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