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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영업, 누굴 위한 편의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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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주-본사 심야영업 갈등

점주 "코로나로 밤에 손님 뚝, 정부 방역지침도 어긋나"
본사 "계약·물류배송 차질, 상비약 등 공적기능도 마비"

30일 오후 9시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인근 거리. 정부 지침에 따라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은 가운데 편의점만이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30일 오후 9시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인근 거리. 정부 지침에 따라 대부분의 가게들이 문을 닫은 가운데 편의점만이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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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던 거리에 나는 홀로 서 있습니다. 저녁 무렵 잠깐 반짝이던 간판들은 어느새 불이 꺼지고 사람들도 떠났습니다. 지나는 이 하나 없는 거리에 홀로 불을 밝혀봅니다. 연말을 맞아 한 해 동안의 추억을 나누고 새해 다짐을 하던 풍경도 올해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삼삼오오 어깨동무를 하고 떠들썩한 목소리로 문을 열던 사람들도 사라졌고 새벽 시간 허기를 달래러 오던 이들도 저를 찾지 않은 지 오래됐습니다. 찾는 이도 오가는 이도 없지만 저는 조용히 불을 밝히며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제 이름은 2020년의 편의점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5인 이상 집합 금지 명령이 내려진 가운데 심야 편의점 운영 문제를 놓고 가맹점주와 본사 사이에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 가맹점주들은 심야 시간에 편의점을 찾는 고객이 급감해 영업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것은 물론 정부의 방역 지침에도 어긋난다며 심야 시간 영업 중단을 주장한다. 본사는 가맹점주 입장은 이해하지만 서로 상이한 계약 조건은 물론 편의점의 사회안전망 기능도 무시할 수 없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심야 영업, 인건비가 더 들어요"

30일 서울 종각 '젊음의 거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성진(가명)씨는 3개월 전 야간 아르바이트생 1명을 해고하고 부인과 함께 낮과 밤을 번갈아가며 근무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야간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최근에는 손님이 하루 5명 내외인 경우가 태반이라 적자로 인건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차라리 야간 영업을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지만 김씨가 임의대로 결정할 수 없어 고민이다. 김씨는 "술집이 대부분인 상권인데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저녁 8시만 돼도 거리에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며 "본사와의 계약 문제로 야간 영업을 중단할 수 없어 인건비라도 어떻게 해보고자 홀로 주간과 야간을 모두 근무한다"고 했다.


김씨 같은 사례가 늘어나자 최근 세븐일레븐 가맹점주협의회는 한시적으로 점포 영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해달라고 본사에 요청했다. 점주들은 "코로나19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온라인 수업과 재택근무 확대로 대학가나 유흥가, 오피스 상권 매장의 심야 매출이 곤두박질했다"며 "특수 상황을 감안해 각 점포가 원하는 대로 심야 영업 중단을 허가해달라"고 했다.

세븐일레븐 외 CU, GS25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24시간 영업이 가능한 황금상권에 입주한 편의점일수록 심야 영업으로 인한 적자가 더 늘어나고 있어 골칫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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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측 "의견 반영 어렵다"

편의점 본사 측은 임의 야간 영업 중단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가장 큰 문제는 영업시간에 따라 계약 조건이 다르다는 점이다. 여기에 더해 심야 영업을 하는 곳과 아닌 곳을 구분해 물류 배송 시스템을 설정해놓아 중도 변경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행 가맹사업법에 따르면 직전 3개월 0시~오전 6시 적자가 난 편의점은 해당 시간 영업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율규약이 맺어져 있다. 이미 지하철역이나 사업장 내부 등 '특수상권' 점포는 이에 따라 심야 시간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이 규약과 별도로 계약서상에 명시된 야간 영업을 임의적으로 중단하게끔 허용할 수는 없다는 게 본사의 입장이다.


편의점 측은 여기에 더해 편의점의 공적 기능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전국 곳곳의 편의점은 경찰과 협약을 맺어 '여성안심지킴이집'으로 지정돼 비상벨이 설치돼 있다. 심야 시간과 주말에 약국이 문을 닫는 것을 감안해 편의점은 24시간 연중무휴 운영 점포를 대상으로 안전상비약을 판매하고 있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 속에서 점주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충분히 공감하지만 계약 문제를 임의대로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편의점의 사회 안전망 기능도 중요한 만큼 본사에서는 계약 조정 외에 별도로 점주들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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