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톺아보기]트럼프의 레거시와 바이든 행정부 통상정책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
미국 대통령 선거 역사상 통상정책은 언제나 조연급 어젠다에 불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러한 상식을 깨고 2016년 선거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통상정책을 주연으로 내세워 백악관 입성에 성공했다. 그리고 지난 4년간 통상 분야 공약을 100% 실행에 옮겼다. 반면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후보의 공약을 살펴보면 통상정책은 다시 조연으로 밀려난 듯 보인다. 그러나 바이든 당선자가 트럼프 행정부가 취했던 각종 통상 조치를 비판하면서도 구체적 대안과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해서 앞으로 통상정책의 중요성이 떨어지거나 기존의 조치가 완화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렵다.
취임 초기 바이든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단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경기 회복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의회 내 외교 전문가로서의 경력으로 볼 때 바이든 당선자가 미국의 세계 리더십 회복에 집중할 것이라는 점도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러한 이유로 당분간 통상정책이 후순위가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필자는 오히려 바이든 신행정부의 경제, 외교정책이 상당 부분 통상정책과 직결될 것으로 예상한다.
바이든 당선자는 국내 경제 회복을 위해 공공조달 분야에서 미국산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미국이 체결한 무역협정의 수정이 불가피하다.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 복수국 간 정부조달협정의 당사국일 뿐 아니라 여러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에서도 정부조달 시 외국 기업에 대한 비차별 의무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국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한 정책들이 무역 상대국과의 통상 이슈로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리더십 회복을 위한 외교정책도 통상의 영역을 벗어나기 어렵다. 동맹국을 협박하고 WTO 다자무역질서를 약화시킨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이 미국 리더십을 약화시킨 주범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조한 바이든 후보가 당선된 이후 정치, 외교, 안보 측면에서 미국과 유럽 간 전통적 동맹 관계를 다시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한 232조 관세 부과, 유럽 국가들의 디지털 서비스세 부과 관련 충돌, 뿌리 깊은 항공기 보조금 분쟁 등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통상 이슈와 별개로 협력을 강화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의도적으로 WTO 분쟁해결절차 상의 상소기구 기능을 마비시키고 세계 다자무역질서를 약화시킨 상황에서 바이든 신행정부가 WTO 개혁과 회복을 뒷전으로 미룬 채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복원하겠다고 한다면 이 또한 어불성설이다.
바이든 신행정부는 향후 경제 및 외교 정책 수립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정책 레거시(legacy)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결국 국내 경제를 회복시키면서 동맹국들로부터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기존에 취해진 각종 통상조치 중 무엇을 지속시키고 무엇을 완화 또는 철회할 것인가에 대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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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중대한 결정을 내릴 핵심 위치 중 하나인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에 최근 캐서린 타이 하원 세입위 민주당 통상담당 수석전문위원이 내정됐다. 타이 내정자는 USTR 근무 경험이 있고 의회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 앞으로 행정부와 의회 간 소통을 원활히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무엇보다 그녀가 지난 4년간 미국 통상정책을 좌지우지한 백전노장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통상정책이 주연이었던 트럼프 행정부의 무대가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음 무대는 새로운 등장 인물들이 트럼프 통상정책의 레거시를 얼마나 현명하게 극복해나갈 것인가가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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