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훈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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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 위기다. 물론 위기에 처한 것은 기후가 아니라 인류다. 산업화로 우리 생활수준이 대폭 개선됐지만 우리를 둘러싼 기후는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변화했다. 지금과 같은 생활방식과 대응 수준으로는 위기가 더 심화할 뿐이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도가 3도 이상 상승하면 태풍, 홍수, 가뭄 등 기후 재앙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인류가 감당할 수준의 온난화 최대치는 1.5도이며, 이를 위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0)로 줄이는 탄소중립을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 전 세계 과학자들의 한결같은 결론이다. 지금 탄소중립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그 피해를 온몸으로 겪을 후손들에게 너무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각국 정부도 탄소중립을 향해 바쁘게 움직인다. 2018년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 총회에서 발표된 '1.5℃ 특별보고서'와 지난해 9월 유엔(UN) 기후정상회의를 계기로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제시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50년 탄소중립을 공식 선언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2050년 이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9월 유엔 총회에서 선진국들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보다 강화된 목표로 평가받는 2060년 탄소중립을 천명했다. 일본도 탄소중립 시점을 2050년으로 앞당기겠다는 선언을 했다.

기업들은 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애플, 구글, BMW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전기만 사용하겠다는 RE100 선언과 탄소중립 목표 제시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대응을 최우선 경영 목표로 천명했다. 전 세계를 주도하는 경제 강국과 글로벌 기업의 이러한 변화는 세계 경제가 탄소중립 경제로 바뀌는 신호탄이다.


벌써 EU와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탄소중립을 이루면서도 자국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 고탄소 수입 제품에 대해 국경조정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수입을 아예 금지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애플은 한 발 더 나아가 자신들의 공급망을 2030년까지 탄소중립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삼성전자나 LG화학이 우리나라 공장에서 반도체나 배터리를 온실가스 배출 없이 만들어내지 못하면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은 더 이상 애플에 납품할 수 없다. 소니는 일본 정부에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하지 않으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는데,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탄소중립을 미래의 과제로 미루지 않고 당장 이번 정부 내에서 추진할 과제들을 구체적으로 담은 추진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높아 어렵다"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인 철강, 석유화학 비중이 높아 안 된다"는 소극성과 비관론을 단숨에 뛰어넘은 것이다.


탄소중립은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에 위기이기도 하지만 기회이기도 하다. 철강, 화학, 조선과 같은 전통적인 주력 산업이 선제적 기술 개발을 통해 탄소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미래에도 시장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과 막대한 투자를 통해 우리나라 녹색기업이 진출할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130조원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EU 집행위원회는 향후 10년간 1조 유로,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4년 임기 동안 2조달러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탄소중립은 인류를 기후 재앙으로부터 보호하는 기후 정책이자 우리나라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경제 정책이다. 탄소중립은 우리의 후손을 위해 가야만 하는 길이다. 우리 경제가 살아남기 위해 갈 수밖에 없는 길이지만, 먼저 간다면 우리 사회와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할 기회의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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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훈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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