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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호영, Mad Sexy Cool and 호이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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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영/사진=김태윤 기자

김호영/사진=김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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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분위기 좋은 재즈 바, 어두운 공기를 가르며 김호영이 들어섰다. 밝고 쾌활한 에너지로 순식간에 현장을 장악했다. 모두에게 인사를 전하며 기분 좋아지는 매력을 발산하더니 이내 뮤지컬 '렌트'를 이야기하며 깊이 빠져들었다. 맛깔나는 입담에 웃음이 끊이질 않았던 인터뷰. 자신감도 넘쳤다. 하나의 색으로 규정할 수 없는 그는 총천연 무지갯빛으로 빛났다. 가벼운 와인을 나누며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었고 진솔한 대화가 오갔다.


김호영은 최근 서울 구로구 한 바에서 뮤지컬 '렌트' 공연을 앞두고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렌트’는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8명의 젊은 예술가들이 가난을 이기며 피워내는 사랑과 우정, 그리고 꿈과 희망을 다룬다. 천재 작곡가 겸 작사가 조나단 라슨의 작품으로 젊은 보헤미안으로 살아온 그가 7년간 가슴으로 써내려 온 자서전 같은 뮤지컬이다. 국내에서는 신시컴퍼니가 지난 2000년 첫선을 보인 뒤 2011년까지 7차례 공연됐으며, 9년 만에 돌아와 지난 6월부터 8월 23일까지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관객과 만난다.


김호영은 대학생이었던 2002년 뮤지컬 ‘렌트’ 오디션에 친구 따라 지원했다가 덜컥 합격했다. 그리고 18년 만에 다시 엔젤 역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그 순간을 기억하냐고 물으니 “요즘 그때로 엄청 많이 돌아간다”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당시 대학교 2학년이었고, 스물한 살이었다. 감개무량하다. 친구 따라갔으니 뭐가 뭔지도 잘 모르고 갔다. 뮤지컬이라는 장르도 몰랐고 ‘렌트’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다. 모르는 사람이 용감하다고 뭣 모르고 덤볐다. (웃음) 무모한 도전처럼.”

김호영은 18년 만에 만난 엔젤이 꽤 다르게 다가온다고 했다. 강산이 18번 바뀐 시간 동안 세월의 무게와 감정이 켜켜이 쌓여 또 다른 엔젤을 느끼게 했다는 것. 당시 이해하기 어려웠던 감정을 새로이 발견해가는 재미가 크다고 했다. “작품의 메시지나 엔젤이 표현하는 것들이 다르게 느껴진다. 뭘 좀 알고 작품을 접했달까. 옛날 생각이 많이 난다.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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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영은 “삶, 인생은 늘 예기치 못한 상황의 연속이다. ‘렌트’는 오직 오늘뿐이라고 한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다. 내 닉네임인 ‘호이’는 스페인어로 ‘오늘’이라는 말이다. 오늘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불혹을 앞뒀고 뮤지컬배우로 살아온 지 20년이 지났다. ‘렌트’를 통해 느껴지는 것이 남다르다. 오늘이 중요하다는 것과 그런 의미에서 삶의 농도가 짙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번 엔젤은 어떤 게 다를까. 김호영은 “연출부의 힘이 컸다”며 달라진 배역에 대해 말했다. “네 번째 엔젤로 무대에 오르는데 세월이 흘러 만난 ‘렌트’와 엔젤의 느낌은 너무나 달랐다. 예전에는 엔젤로서 단독적인 모습, 나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퍼포먼스나 춤 등 1차원적인 것들을 많이 생각했다면 이제는 콜린과 함께 있을 때의 모습, 시너지를 많이 느낀다. 엔젤이 콜린으로 받는 에너지, 사랑을 통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순간, 스파크가 튀는 그 순간은 찰나다. 사랑을 느끼고 서로에게 빠져드는 순간이 짧은데 그사이 뭔가 있기를 바랐다. 작품 구성상 중략되고 이후 관계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서로 반하게 됐을까, 찰나의 순간에 대해 콜린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조금 더 짙게 표현되길 바랐다.”


2020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로 전 세계인 모두가 힘겨운 시간을 지나고 있다. 문화예술인으로서 마주하는 감정도 남다를 터. 김호영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지 않냐”며 “1년 전만 해도 이런 일이 펼쳐질지 예상 못 했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고, 더욱 소중하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 시대에 ‘렌트’ 무대에 오르는 게 더 고무적이고 남다르게 다가온다. 오페라 ‘라보엠’에서 모티브를 따온 작품이고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환자가 등장하기도 한다. 당시에는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몰랐다. 그런 의미에서 느껴지는 바가 더욱 크다.”


김호영은 “시대는 달라졌지만, 우리 인생은 달라지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오늘 공연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다른 극장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결국 우리도 문을 닫아야 할 수 있는 거니까. 어쩌면 ‘렌트’에서 이야기하는 바처럼 우린 지금, 오늘 무대가 마지막일 수 있다고 느낀다. 무대가 더 소중하게 다가오며 여러 감정이 뒤섞이곤 한다”라며 남다른 의미를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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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영은 18년간 쉬지 않고 달렸다. 뮤지컬, 드라마, 예능, 홈쇼핑 등 만능 엔터테이너로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주체할 수 없는 끼로 다양한 분야를 오가며 활약했다. 그는 1세대 크리에이터다. 패션, 뷰티, SNS, 트로트 등 다수 유행을 앞서가며 셀럽으로 사랑받기도 했다.


“남들보다 한발, 두발 앞서는 사람 같다.(웃음) 아주 예전에 배치 팬츠를 먼저 입었다. 당시에는 ‘남자가 무슨 배기 팬츠를 입냐’고 했지만, 이후에 크게 유행했다. 2014년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서 활발히 활동했다. 공동구매, 토크쇼 등 활발히 했는데 당시에는 시장이 크지 않았다. 심지어 2년 전에 트로트 음반도 냈다. 감각이 독특하고 빠른 편이다. 주변 연예인 지인들이 ‘다음에 구상 중인 아이디어가 뭐냐’고 묻더라. 미리 듣고 2년 뒤에 하겠다고 하더라. 하하.”


김호영은 시대를 앞서간 패셔니스타로도 유명하다. 홈쇼핑에서는 마치 옆집 오빠, 형이 이야기해주듯 재미있고 믿음 가는 모습으로 활약해 ‘완판 스타’로 자리잡았다. 그는 비결로 진정성을 꼽았다.


“옷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렇게 저렇게 코디를 해보는 걸 즐긴다. 애정을 가지고 혹자들에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추천하는 편이다. 아마도 진심이 전해져 편안하게 들어주는 게 아닐까. 또 깐깐한 안목으로 대충 고르지 않는다. 배우를 안 했다면 보험을 팔았어도 블루 사파이어, 다이아몬드까지 가지 않았을까.(웃음)”


그러면서 김호영은 자신을 “강한 듯 여리고 여린 듯 강한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강할 거 같지만 속이 엄청 여리고 이런 어떤 상황에 굉장히 상처를 받고 여리다”라면서도 “생각보다 굉장히 강한 사람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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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영은 마지막까지 유쾌했다.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지만 자만하지 않도록. 그 자체로 빛났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그것을 왜 추구하는지에 대해서도 솔직히 밝히는 태도가 돋보였다. 그는 “물 흐르듯이 살고 싶다. 좋은 일이든 안 좋은 일이든 결국 좋은 일로 돌아올 것”이라며 미래를 향한 관조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렌트’가 끝나면 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 자체로 호이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 ‘호이리시’ 라는 형용사로 빛나기를 바란다. 스스로 콘텐츠가 되고 브랜드가 되길 바란다. 저를 떠올렸을 때 ‘참 컬러풀한 사람’, ‘다양한 색으로 반짝이는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그 의미가 산만하다 일지, 다재다능하다 일지, 패셔너블하다 일지 모르겠지만 어떤 것이 됐든지 나는 노력할 것이다. 뮤지컬 공연이 될 수도, 드라마가 될 수도, 혹은 영화나 크리에이터로 콘텐츠에 도전하게 될 수도 있다. 앞으로가 저도 기대된다.”


장소제공=엉베흐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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