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發 자금난‥정유업까지 도미노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유제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로 생존 위기에 빠진 한국 간판 기업들을 위해 유동성 지원 등의 실효성 있는 처방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두산중공업처럼 현금 압박을 받고 있는 대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급한 곳은 정유ㆍ항공업계다. 누적된 실적 악화에 코로나19 쇼크까지 겹쳐 현금 흐름이 둔화하고 이자 부담이 커졌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올해 1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영업손실 2057억원으로 적자 전환이 예고됐다. 이 회사의 1분기 영업손실이 많게는 1조876억원에 달할 것이란 최악의 전망도 나온다. S-Oil의 1분기 실적 시장전망치 역시 영업손실 1444억원으로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과 S-Oil의 1분기 영업익 전망치는 한 달 전보다 70% 이상 하향 조정됐다. 유가 폭락 이후 주가도 크게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GS칼텍스는 국제 신용도가 강등됐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S&P가 올해 GS칼텍스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해 장기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현대오일뱅크는 강달호 사장을 비롯한 전 임원이 급여 20%를 반납하고 경비예산을 최대 70%까지 삭감하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최근 정유업계는 막대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상황에 몰렸다.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손에 쥐는 현금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3월 셋째 주 복합 정제 마진은 배럴당 마이너스 1.9달러까지 떨어졌다.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라는 의미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영향권에 들면서 물동량 감소 등 정유 수요마저 급감했다.
특히 정유사들은 국제 유가 하락으로 수익이 급감한 상황에서 이자 부담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ㆍGS칼텍스ㆍ현대오일뱅크ㆍS-Oil의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각각 1870억원, 9070억원, 211억원, 9282억원 등 총 2조433억원이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금융 비용은 각각 2524억원, 1043억원, 1812억원, 3834억원으로 총 9213억원에 달한다. 연간으로 확대하면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 비용은 전액 이자다. 현금 자산 대비 50% 이상이 이자 부채로 빠져나가는 셈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석유 수입 부과금과 원유 관세까지 내야 하는 상황에서 막대한 이자까지 몰려들어 자금 압박이 너무 큰 상황"이라면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항공사 등 거래선의 자금 흐름이 급격하게 어려워지면서 도미노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도 산소호흡기로 연명하고 있다.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의 경우 최근 6228억원 규모의 매출채권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확정하면서 당장 다음 달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2400억원) 상환 등 급한 불을 끄게 됐다. 문제는 앞으로다. 대한항공이 올해 내로 상환하거나 차환해야 하는 차입금은 약 4조원에 달한다. 6228억원 규모의 ABS로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반면 자금 조달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대한항공의 회사채 등급(BBB+)을 하향 검토 대상에 올린 상태다. ABS 발행도 수월하지 않다. 코로나19 사태로 여객기 운항이 80% 이상 감소하면서 매출채권을 기반으로 한 ABS 발행도 쉽지 않아서다. 기발행된 ABS도 예약률이나 신용등급 변동에 따라 조기 상환 트리거가 발동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삼전·하닉 놓쳐도 기회 있다"…목표가 '100만원'...
대한항공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회사채나 매출채권 ABS 발행 등을 통한 자금 조달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 주요국이 항공업에 대한 우선 지원을 약속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라면서 "사태가 장기화하면 정부, 국책은행 차원의 지급보증이나 자금 지원 없이는 버텨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