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소년 사망으로 본 의료현장의 혼선
해열제 처방, 검사만 십여차례…실험실 오염 논란도
18일 오후 대구시 남구 영남대학교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이미지:연합뉴스>

18일 오후 대구시 남구 영남대학교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이미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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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김흥순 기자] 대구 영남대병원에서 치료받다 폐렴증세가 악화돼 숨진 17세 소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의료현장에서 겪는 혼선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코로나19에 집중하다보니 촌각을 다투는 위급 환자가 뒷전으로 밀리는 구조적인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이 이 소년의 검체에 대해 재검사를 진행한 후 실험실 오염가능성을 거론하면서 검사신뢰도를 둘러싼 논란도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39도 고열인데 해열제 처방만 = 20일 방역당국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이 소년은 지난 10일 발열증상을 보인 이후 숨지기 전까지 13차례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았다. 12일 처음 찾은 경산 중앙병원에서는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하기 어려워 진단검사 없이 해열제를 처방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소년은 39도의 고열 상태였다.

소년은 이튿날 병원 내 선별진료소를 찾았고 폐렴증세를 확인했다. 당시 받은 검사는 추후 음성으로 나왔다. 폐렴증세를 확인했지만 입원하진 못했다. 증세가 나빠져 같은 날 오후 다시 병원을 찾았고 의료진 권유에 따라 영남대병원으로 갔다. 영남대병원에서는 코로나19 감염여부를 의심하고 격리실에 옮겨 치료했다. 영남대병원 입원당시부터 상태가 나빠 위중환자 치료에 쓰는 에크모(ECMOㆍ인공심폐장치)를 썼다. 이곳에서 엿새가량 치료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십여차례에 걸쳐 진단검사를 한 이유는 명확지 않다. 방역당국도 치료과정에서 의료진 판단에 따른 "고유의 의료영역"이라고 봤다. 대구에선 확진자가 급격히 늘면서 원인불명 폐렴환자 전원에 대해 진단검사를 진행했는데, 이 환자 역시 같은 폐렴이 진행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처음 찾은 병원 선별진료소에서 진단이 늦어진 점이나 폐렴이 악화된 이후에도 초기에 입원치료를 받지 못한 점 등이 알려진 만큼, 중증환자를 적시에 치료하지 못한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은 있다. 대구ㆍ경북에선 코로나19와 무관한 환자가 제때 입원하지 못하거나 수술을 기약없이 연기하는 일이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코로나19 확진자와 관련해 병상배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중증도에 따라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등과 관련해 세부적인 지침을 마련해 일선 의료기관이 적용토록 하고 있다. 지침의 중점은 방역, 즉 감염병의 추가확산을 막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방역당국은 해당 환자의 치료과정이 적절했는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코로나19 방역과 직접 연관성은 없는 상황이라 판단을 구해보지는 않았다"면서도 추후 중앙임상위원회 등에서 사안 전반을 살펴볼 가능성은 남겨뒀다.


◆영남대병원 오염으로 혼란 커 = 진단검사를 신속히 하기 위해 질병관리본부나 각 시ㆍ도 보건환경연구원 차원에서 진행했던 진단검사를 민간 기관까지 확대했으나 검사 신뢰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 만큼, 일선 현장의 혼선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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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은 영남대병원이 제출한 음성대조군에서 양성반응이 관찰되는 등 의심사례가 발견돼 전일부터 영남대병원에 검사를 중단토록 하는 한편 전문가를 보내 실험실 정도관리를 파악하고 있다. 병원 측은 "검사실 오염이나 기술오류가 있었다면 다른 검사에서도 문제가 있었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면서 "정도관리와 재점검을 통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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