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규모로 산유량 늘린다던 사우디, 설비투자는 도리어 줄여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가 올해 설비투자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저유가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허리띠를 조이겠다는 신호다. 일일 생산량을 100만배럴 더 끌어올리겠다는 사우디가 원유 생산 설비투자 규모는 오히려 줄이겠다는 의미여서, 증산 현실화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15일(현지시간) 아람코는 유가가 하락함에 따라 올해 설비투자액을 대폭 삭감한다고 공시했다. 아람코는 지난해 설비투자에 328억달러(39조9500억원)를 집행했지만, 올해에는 250억달러에서 300억달러 이내로 낮추기로 했다. 아람코는 "2021년 이후 설비투자 규모는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당초 사우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 경제가 타격을 받음에 따라 OPEC+(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OPEC 산유국 간의 협의체)에서 하루 원유 생산량을 150만배럴 축소하려 했었다. 하지만 러시아가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며 반대해, 산유국 간 감산 합의에 실패했다. 이후 사우디는 기습적으로 증산을 발표해 전세계 '유가 전쟁'을 촉발했다.
사우디는 OPEC+ 합의 무산 이후 하루 최대 원유 생산량을 1200만배럴을 1300만배럴로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이를 위해 설비 확충으로 생산능력 자체를 키우겠다고 공언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사우디가 생산능력 증대를 위해 300억달러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사우디가 설비투자액을 삭감하면서 증산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한 외신은 사우디가 어떻게 최대 산유량을 확대할 것인지, 생산설비 증대를 위해 별도의 자금을 투입할 것인지 등이 뚜렷하지 않다고 소개했다.
사우디는 유가가 낮아진 데 따른 수입 감소를, 더 많이 팔아 벌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해 WSJ은 사우디가 안정적으로 생산량을 확대할 할 수 있을지 커다란 도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9월 사우디는 예멘 반군의 드론 공격 등으로 원유 생산에 차질을 빚은 바 있다.
아람코는 설비투자 규모는 삭감했지만, 배당 규모는 더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아람코는 배당금으로 732억달러를 썼는데, 올해는 750억달러로 높였다. 아람코는 기업공개(IPO)를 거친 상장사지만, 사우디 정부가 지분의 98%를 보유하고 있다. 배당금 대부분은 사우디 정부로 귀속된다는 얘기다.
아람코는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보다 21% 줄었다는 점도 공시했다. 2018년 아람코는 1110억달러 순이익을 기록했는데, 지난해에는 881억달러로 축소했다. 아람코는 OPEC+의 감산에도 불구하고 미국 등이 증산에 나서 유가가 낮아졌다는 점, 정제 마진 악화, 산유량 감소 등을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아람코의 이번 실적 공시는 지난해 12월 IPO 이후 처음이다. 아람코 주가는 저유가로 인한 실적 부진 전망 등의 영향으로 전거래일보다 1.03% 하락한 28.7리얄(약 9270원)을 기록중이다. 이는 공모가인 32리얄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시가총액 역시 기업공개 당시 2000조원에서 1777조원으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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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세르 아민 아람코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코로나19의 발병과 빠른 확산은 수시로 변화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속한 적응의 중요성을 보여준다"면서 "영업력과 재무적 건전성에 영향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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