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협 올해 238개사 주총 부결 예상…60년 전 만들어진 3%룰 상장사 발목

정우용 한국상장사협의회 정책부회장./김현민 기자 kimhyun81@

정우용 한국상장사협의회 정책부회장./김현민 기자 kimhyun81@

AD
원본보기 아이콘



"올해 정기 주주총회는 상법시행령, 자본시장법시행령, 국민연금 주주권행사 가이드라인 개정 등으로 인해 어느 때보다 혼란이 예상됩니다. 특히 상법상 3%룰과 주총 결의요건이 개정되지 않으면서 올해도 많은 주총 부결 사태가 우려됩니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상장회사회관에서 아시아경제와 한 인터뷰에서 코앞으로 다가온 정기 주총 시즌에 대해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감사 선임에 대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룰'로 인해 감사 선임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사외이사 임기를 최장 6년(계열사 포함 9년)으로 제한하는 상법시행령이 올해부터 강행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중국 소재 종속회사 회계감사 등 연결재무제표 작성 차질 우려, 회계감사 일정 촉박, 사외이사 포함 이사 선임 후보 확보에 대한 고심, 의결정족수 확보 등에 많은 시간 할애 등 정기 주총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분주한 상황이다. 상장사협에 따르면 2017년 섀도보팅 폐지 이후 정기 주총에서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안건이 부결된 상장사 수는 2018년 76개에서 지난해 188개로 늘어났다. 올해는 그 수가 지난해보다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우용 한국상장사협의회 정책부회장./김현민 기자 kimhyun81@

정우용 한국상장사협의회 정책부회장./김현민 기자 kimhyun81@

원본보기 아이콘


-올해 정기 주총 관련해 다들 '대란'을 우려하고 있는데 실제로 어떤 상황인가.

▲상장사협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는 238개사가 주총 부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섀도보팅 폐지에 대비해 기업들이 미리 선임했던 감사들의 임기가 올해 종료된다. 올해 주총에서 다시 뽑아야 하는데 3%룰 때문에 부결이 가장 많은 안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3%룰은 1962년 제정 상법부터 존재해왔다. 당시 국내 증권시장은 외국에 개방돼 있지 않아 경영권을 빌미로 무리한 배당금을 요구하는 헤지펀드들도 없었던 상황이다. 거의 60년 전에 만들어진 3%룰이 2020년 글로벌 경쟁시장에서 싸우고 있는 국내 상장회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게 사실이다.


3%룰 폐지 및 의결정족수 완화에 대해서는 몇 년 째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특히 섀도보팅 폐지 때는 통계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반대 의견서를 지속적으로 제출했었다. 섀도보팅을 폐지하는 것 자체로는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의결정족수를 채우기 힘들어서 도입했던 게 섀도보팅인데 그 취지는 달성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겨우겨우 주총을 하는 현상이 바람직하지는 않다.


-의결정족수 완화 대신 다른 방법으로는 주총 부결 사태를 피할 수 없다고 보나.


▲섀도보팅 폐지 때 전자투표제 도입으로 주총 의결정족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답변이 있었다. 그러나 전자투표 행사율은 매우 저조해 주총 성립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예탁결제원 자료에 따르면 총 발행주식 수 대비 전자투표 행사율은 2017년 1.8%, 2018년 3.9%, 지난해 5.04% 정도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기업의 경우 전체 주주 가운데 60~70%가 소액주주라는 점을 감안해 전자투표 행사율이 15% 이상은 나와야 안건이 통과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해외처럼 출석주식수를 기준으로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극단적이지만 영국은 주총에 2명만 참석해도 성사되는 경우가 있다. 주주 2인 출석으로 의결정족수를 충족하는 셈이다. 프랑스는 주식 보유기간에 따라 의결권을 달리한다. 3년 보유한 주주도 의결권이 1이고, 1주일 보유한 주주도 의결권이 1이면 과연 공평할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우리도 이런 방법 도입을 고려해볼 수 있지 않나 싶다.


-올해 사외이사 6년 임기제한이 강행된다. 상장사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나.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번 상법시행령으로 인해 비금융업에서 사외이사를 신규로 선임해야 하는 회사는 936개사 가운데 566개사(60.5%)로 인원은 1432명 중 718명(50.1%)이나 된다. 정기 주총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상법시행령 개정안이 확정돼 기업 실무자들은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명망 있는 사외이사 후보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후보군을 찾아보더라도 다양한 업종과 각 기업의 특성을 이해할 능력이 있는 우수한 인력인지에 대한 판단을 하기에는 검토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분위기다.


중소기업의 경우 사외이사를 찾기가 더 어렵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기업 인지도나 연봉 등 처우 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지방에 있는 기업에도 잘 안 가려고 하는 성향이 있어 처우를 올려줘야 하는 기업쪽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상장사협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사외이사 인력풀을 통해 기업들에게 후보자 물색을 적극 지원하려고 한다.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있는데 상장사들의 올해 주총이라든가, 올해 실적 계획 등이 어떤 영향을 받고 있나.


▲중국에 종속회사를 두고 있는 기업은 중국 내 내수부진, 공장가동 중단으로 인해 생산성 하락으로 실적 악화가 예상되고 있다. 대중국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도 역시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리라 본다.


-상장부터 회계, 감사 등 일련의 과정 가운데 어떤 금융규제가 가장 우선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보나.


▲회계, 감사 분야에 있어 규제가 지나치게 강화된 것은 아닌 지 우려를 지울 수 없다. 감사인의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명분하에 같은 목적을 갖는 수많은 제도가 동시다발적으로 도입돼 기업부담이 심화됐다. 도입 속도도 문제다. 너무나 큰 영향을 갖는 제도들을 급하게 일시에 도입하다 보니 제도가 연착륙될 수 있을 지 걱정이 앞선다. 표준감사시간제도가 과연 충분히 검토된 제도인지 여전히 의문이다. 옥상옥 제도가 없는 지 고민해봐야 한다.


-상장사들에게 이것 만큼은 꼭 필요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경영권 보호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은 외국 자본 비중이 상당히 높고, 그 중에는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는 헤지펀드가 많다. 이들은 회사의 존립이나 성장보다는 목표수익률 달성이 최우선인 경우가 상당수다.


여기에 더해 최근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공격적인 국내 펀드들도 많이 출현할 것으로 예상돼 경영권이 불안정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재 기업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우호세력 확보나 자사주를 취득하는 방법 밖에는 없는 상황이다. 기업의 경영권을 공격하는 수단은 다양한 반면 이를 방어하는 수단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경영진 등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과 적대적 기업 공격은 구분해야 하고, 건전하게 기업을 경영하는 경우는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


▲1963년 대전 출생


▲성균관대 법과대학 법학과 졸업


▲성균관대 대학원 법학박사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전무


▲한국회계기준원 이사


▲한국경제법학회·한국기업법학회 부회장


▲가천대 법학과 겸임교수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

AD

대담=조영주 자본시장부장

정리=금보령 기자 gold@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