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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火요일에 읽는 전쟁사] 일본 해상자위대는 왜 금요일마다 카레를 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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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https://ikidane-nipp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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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일본 해상자위대는 전국 부대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카레라이스가 메뉴로 나온다고 알려져있다. 일본 내에서 카레의 고향 역시 요코스카(橫須賀) 군항으로 알려져있을 정도로 이래저래 카레는 일본에서 해군의 음식으로 이름이 높다. 카레 자체는 인도의 음식으로 알려져있고, 카레라이스는 메이지 유신기에 돈까스와 마찬가지로 서구에서 들어온 음식을 일본식으로 개조한 음식인데 왜 하필 해군의 음식이라는걸까?


카레와 일본 해상자위대의 깊은 관계는 메이지유신기 일제 뿐만 아니라 전세계 거의 모든 군대를 괴롭히던 병인 '각기병(脚氣病)'과 관련있다. 각기병은 체내 비타민 B1이 부족해 생기는 질환으로 지금은 큰 병이 아니지만 19세기 당시에는 대규모 병력손실을 유발하는 무서운 병이었다. 각기병은 심해지면 호흡곤란, 심부전 등을 일으키며 사망에 이르는 병이기 때문이다.

카레는 사실 이 각기병을 예방하기 위해 처음 도입된 음식이었다. 당시 일본군의 주식은 백미밥과 된장국 정도였다. 당시 예산 및 보급제한 등의 문제로 신선한 야채나 고기가 제때 지급되길 기대하긴 힘들었고, 도정한 백미는 비타민 B1이 제거된 상태라 각기병을 유발하기 쉬웠다.


러일전쟁 당시 각기병으로 일본 육군 2만8000여명이 전사한 것으로 알려져있다.(사진=위키피디아)

러일전쟁 당시 각기병으로 일본 육군 2만8000여명이 전사한 것으로 알려져있다.(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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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인해 고민하던 일본해군은 인도 주둔 영국군이 카레를 스튜처럼 끓여서 보급하는 것을 보고 이를 일본식으로 바꿔 밥위에 뿌려먹는 카레라이스란 음식을 만들었다. 당시 영국군은 보급문제로 오래 보관해 군내가 나는 재료들로 비프스튜를 만들어 보급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냄새 제거를 위한 향신료로 카레를 뿌렸다.


일본 해군은 이와 함께 잡곡밥도 각기병 방지에 효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식단에 백미가 아닌 혼식을 넣도록 했고 이 덕에 해군은 각기병 문제가 상당부분 해소됐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일본 육군은 잡곡밥이나 카레 등의 방법을 거부했는데 이는 메이지유신기 당시부터 시작된 육군과 해군의 갈등과 대립, 그리고 각기 다른 국가에서 유학을 하고 와 파벌싸움이 번진 일본 군의관들끼리의 대립이 한몫했다.

이로 인해 어이없게 일제 육군병력은 각기병으로 상당한 전력손실을 입는다. 러일전쟁 당시 25만명의 일본 육군이 각기병에 걸려 이중 2만80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당시까지 각기병이 무엇 때문에 생기는지 원인이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애꿎은 병사들만 희생됐다. 당시 이 어이없는 참사는 훗날 조선 초대 총독이 되는 한국 침략의 원흉,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가 군의관의 권고를 묵살하고 부대 급식을 혼식으로 바꾸면서 멈추게 됐다.


요코스카 해군카레 홍보 캐릭터의 못습(사진=http://japan-local-guide.com)

요코스카 해군카레 홍보 캐릭터의 못습(사진=http://japan-local-gui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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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의 비극과 별개로 1880년대 일본 해군이 도입한 군용식품 카레는 선풍적 인기를 끌게 된다. 1890년대 이후부터는 일본 해군에서 토요일마다 카레를 먹는 전통이 생겼고, 주 5일제로 변환되면서 금요일마다 먹는 음식이 됐다. 일제 패망 직전으로 몰리고 있던 태평양전쟁 말기까지도 일본 해군 기함인 야마토(大和) 함에서 카레가 나왔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카레는 일본해군의 상징적 음식이 된다.


오늘날 일본의 카레라이스는 민간에서도 많이 먹는 보편적 식단 중 하나로 정착했다. 1982년부터는 일본에서 학교급식 개시 35주년을 기념한다는 이유로 매월 1월22일을 '카레의 날'로 지정하고, 전국 초등학교에서 카레를 급식으로 제공한다. 각기병 금지를 위해 시작된 군용식품에서 학교 급식의 대명사가 된 셈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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