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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제조업 르네상스는 왜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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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정부는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세계 4대 제조강국 도약'이라는 야심찬 비전과 함께 제조업 부가가치율을 30% 이상으로 높이고 세계 일류기업을 2배 이상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경제발전과 산업구조와의 관계를 실증한 '페티-클라크의 법칙'에 따르면 한 국가의 산업구조는 경제발전에 따라 1ㆍ2차 산업의 비중이 감소하고 3차산업의 비중이 증가하게 된다. 또한 선진국의 제조업은 생산라인을 후진국이나 개발국으로 옮겨가는 제조업 공동화 현상으로 그 비중이 축소되는 반면, 서비스업의 비중은 높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보몰 효과'에 의하면 자동화, 자율화 등의 혁신활동으로 급격하게 증대한 제조업 부문과 그렇지 않은 서비스산업과의 생산성 격차가 발생한다.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서비스 산업의 임금수준 역시 생산성 향상이 높은 제조업 수준으로 상승하면서 경제전반의 하강국면을 초래할 수 있다.

반면 국가나 국민의 소득이 증가하면서 제조업의 비중이 감소하고 서비스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지더라도 전체적인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지 않는다는 이론도 상존한다. 경제학자 콕스(Cox)는 미국이 IT 활용도를 높여 그 파급효과로 인해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이 제조업과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해 국가의 전체적인 성장률을 떨어뜨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경제학자 오터(Autor)는 생산성 향상과 고용증가 사이에 역의 관계는 존재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금융업과 같은 고숙련 서비스업의 노동 생산성이 IT 활용의 증가와 함께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두 관점은 궁극적으로 국가나 국민의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제조업의 비중이 작아지고 서비스업의 비중이 커진다는 것을 공통 전제로 하고 있다. 다만 한쪽은 그 결과로 국가 전체적인 경제 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반대쪽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필자는 세계은행의 데이터를 활용해 2000년부터 2014년까지 15년간 한국, 미국, 독일의 국가소득과 국민소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펴보고 각 나라의 1ㆍ2ㆍ3차 산업에 대한 비중, 국가별 산업의 분산, 산업별 부가가치율을 분석했다.

콕스의 주장대로 3개국 모두 비교 기간 국내총생산(GDP)과 1인당 GDP가 모두 30%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 독일과는 다른 방향으로 산업구조가 형성되고 있었다. 이 기간 한국은 제조업에 대한 후방 연쇄효과는 줄어들었으나 전방 연쇄효과는 오히려 커져 제조업의 영향력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우리와 정반대로 후방 연쇄효과는 증대했고 전방 연쇄효과는 오히려 줄어들었다. 독일의 경우는 후방과 전방 연쇄효과 모두 떨어졌다. 미국과 독일은 상대적으로 제조업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이다.


게다가 3개국 모두 제조업에 대한 부가가치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제조업의 부가가치율 하락 폭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객관적인 지표로도 우리의 제조업은 분명 위기상황에 놓여있는 것이다. 달리 표현하면 현재 침체국면의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제조업 르네상스'가 절대절명의 과제라 할 수 있다.


디지털 시대의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은 구입이나 모방이 용이하다. 설사 지식재산권(IP) 침해에 의한 법적분쟁이 일어나더라도 이미 그 제품은 시장에서 수명을 다한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짧아진 제품 수명주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초기에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의 업종별ㆍ지역별 차등화와 주 52시간 근무의 유연한 운용이 필요불가결하다고 본다. 특히 프랑스혁명 당시 선의로 시작했지만 악의적 결과를 낳은 로베스피에르의 '우유 반값 정책'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개입은 지양돼야 할 것이다.


이상근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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