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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정쟁(政爭), 막말 놀음에 썩는 도끼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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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20세 이하 축구 대표팀이 36년 만에 국제축구연맹(FIFA) 대회 4강에 이어 결승 진출 신화를 이루며 국민을 설레게 했다. 특히 돋보인 것은 정정용 감독과 이강인 선수 등 모두가 자신을 내세우기보다 승리를 위해 혼연일체를 이룬 점이다.


하지만 국회의 개점휴업은 쉬 끝나지 않을 것 같아 보이고 일부 정치인은 대통령의 해외 순방마저 '천렵(川獵)질'이라 표현하는 등 정쟁과 막말이 실망을 넘어 불쾌감을 느낄 정도의 벼랑 끝으로 치닫고 있다. 천렵질을 하지 않고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궁금해 의안정보시스템을 검색하니 1만4250건의 법률안이 잠자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20대 국회 3년 차인 지난해 한 해 동안 발의된 법안 건수는 6861건으로 19대 국회 3년 차인 2014년 4636건보다 47.9% 증가했고 20대 국회 개원 이후 4월30일 기준 발의된 법안은 총 2만255건으로 사상 최대 건수를 기록한 19대 국회의 1만8926건을 넘었다 하니, 정말 천렵질을 하지 않고 열심히 일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다수의 언론 보도에 의하면 20대 국회에서, 특히 올해 들어 발의한 대다수 법안이 내년 4월 예정된 총선 공천을 앞두고 실적을 채우기 위해 '숫자만 바꾸는 실적 쌓기용 발의'라는 비판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하기야 발의된 법안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개점휴업의 국회는 도끼자루(민생ㆍ외교) 썩는 줄도 모르고 막말과 정쟁으로 치닫고 있는데….


대한민국호를 둘러싼 주변국의 환경은 어떤가? 미ㆍ중의 치열한 무역 전쟁에서 사이에 끼어 있는 모양새가 마치 구한말 열강의 다툼 속에 낀 한반도를 보는 것 같아 불편하기 짝이 없다. 미국은 오랜 우방국 관계를 내세워 대중(對中) 제재 동참을 요청하고 중국은 미국의 대중 제재에 동참하면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수 있다며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압박하는 상황인데 정부나 정치권은 최소한의 대응 원칙이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보다 "화웨이 대응은 기업이 알아서…"라는 방관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불과 2년 전인 2017년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 차원에서 이뤄진 한국 여행 및 상품 불매 등으로 8조5000억원에 달하는 경제손실(현대경제연구원 자료 인용)을 본 것을 벌써 잊은 듯해 안타깝다. 지난해 중국의 대(對)한국 수입액은 총 수입액의 9.6%로 일본 8.4%, 미국 7.3%보다 높다. 결코 무시할 수만은 없는 상대임에도,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주중 한국 대사관조차 중국의 한국 기업 압박 사실을 뉴욕타임스 보도를 통해 알았다고 하니 불감증도 이만하면 프로 수준이다.

민생은 어떠한가? 곧 나아질 것이라는 정부의 발표와 달리 최저임금 인상 등 가중되는 비용 압박으로 자영업자의 장탄식은 평범한 상식으로 자리 잡았고 급기야 지난 7일 윤종원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대외 여건에 따른 경제 하방 위험이 장기화될 소지를 배제하기 어렵다"며 청와대가 그동안 취해온 낙관적 상황 인식에서 '유턴'을 공식화했다.


외교는 언뜻 보면 민생과 무관해 보이지만 양자는 긴밀히 얽혀 있다. 지난 시절 경제가 어려울 때 외교를 통해 해외시장을 개척해 기업의 진출을 도왔고 이러한 시너지적 효과로 창출된 부는 국민의 의식주로 연결됐다. 글로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지금에 와서는 양자의 공조가 더 중요해졌다는 점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인간 생존의 기본인 국민의 의식주 상황이 이럴진대 입만 열면 '국민을 위한다'라는 국민의 대표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들에게서 상생의 정치는 가출한 지 오래돼 이제는 기억에 있는지조차 궁금해진다.


1980년대 덩샤오핑은 중국의 외교 노선으로 도광양회(韜光養晦)를 주창했다. 여기서 회(晦)는 어둠을 상징하는데 어둠은 오랜 세월 중국인의 수신과 처세의 기본이었다. 자신이 상대방보다 몸을 낮추고 어둠 속에 있으면 알아보기 어렵고, 알아보기 어려워야만 안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자기만 잘났다고 주장하며 남의 허물만을 탓하는 순간 망조가 오고 공격이 들어온다는 교훈이기도 하다.


여야 모두 남 탓만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한숨 소리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의 목소리를 중(重)하게 여기는 것이야말로 내년에 있을 총선의 최고 전략이라 여겨진다.


궁금하다. 혈세를 낭비하며 천렵질하는 국회의원과 지역민의 돈으로 해외 연수 중 한국 지방의원의 무력을 과시해 엉뚱한 국위(?)를 선양한 이들의 숫자를 줄이자는 법안은 왜 발의되지 않는 것인지….


박관천 객원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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