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선진화법 이전에는 힘이 지배하던 국회…선진화법 어기면 총선 출마 무산될 수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럭비나 씨름 선수를 비례대표로 모셔 와야 하는 것 아닌가…."


2012년 5월, 국회 선진화법(일명 몸싸움 방지법) 시대 이전의 국회는 힘이 지배하는 공간이었다. 민의의 전당은 '육박전'과 '공성전(攻城戰)' '음모적 정치공세' 등이 판치는 장소로 전락한 것이다. 국회의장석과 상임위원회 위원장석 사수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완력이 세거나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의원들이 중용됐던 시절이다.

실제로 운동부 출신 의원이나 '무예'를 자랑하는 의원이 대열의 선두에 섰다. 노동운동과 학생운동 경험이 많은 의원들은 이른바 '치고 빠지기' 전략을 마련해 회의장 진입의 길을 터주는 브레인 역할을 했다. 국회 공성전을 둘러싼 에피소드는 해외 토픽에 나올 만한 장면이었다.


26일 국회 의안과 출입문이 심하게 파손된체 방치되고 있다. 이날 새벽 2시30분경에 국회 방호과 직원들이 쇠지렛대(일명 빠루)와 망치 등을 이용해 의안과 진입을 시도하는 도중 자유한국당 보좌진들과 대치, 이 과정에서 문이 파손되었다./윤동주 기자 doso7@

26일 국회 의안과 출입문이 심하게 파손된체 방치되고 있다. 이날 새벽 2시30분경에 국회 방호과 직원들이 쇠지렛대(일명 빠루)와 망치 등을 이용해 의안과 진입을 시도하는 도중 자유한국당 보좌진들과 대치, 이 과정에서 문이 파손되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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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대선을 닷새 앞둔 때 국회 본회의장에는 쇠사슬과 전기톱이 등장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에 대한 'BBK 특검' 처리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사건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점거한 뒤 모든 출입문을 쇠사슬로 묶어서 막았다.

국회 사무처 직원들은 전기톱으로 쇠사슬을 잘라냈다. 본회의장 진입에 성공한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은 한나라당 의원들과 사실상 육박전을 벌였다. 나이가 많거나 힘이 약한 의원들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본회의장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으로는 2011년 11월 이른바 '최루탄 사건'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은 최루탄을 지닌 채 본회의장 연단에 올랐는데 최루가스가 터져 나오면서 본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의원들은 혼비백산해 독한 최루가스를 피하고자 흩어졌고 물로 눈을 씻으면서 고통을 상쇄하느라 진땀을 뺐다.


이날의 사건은 2012년 5월 국회 선진화법 처리의 배경이 됐다. 당시 새누리당 주도로 만들어진 선진화법에는 국회 회의 방해에 대한 엄격한 처벌 규정이 있다. 국회법 제148조에는 의원의 본회의, 상임위원회 출입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제165조와 제166조에는 국회의 각종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폭력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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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장 부근에서 협박, 폭행, 체포·감금, 재물손괴 등을 하거나 의원의 회의장 진입 또는 공무집행을 방해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폭행하거나 전자 기록을 손상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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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국회에서 벌어진 사건은 선진화법 시행 이후 첫 처벌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회의장 문 앞을 막아서고 의안 제출을 위한 국회 사무처 의사과 문을 지키며 무력행사에 들어가는 것은 자유한국당의 명백한 법률 위반이며 헌법 유린"이라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제19조는 국회법 위반으로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을 경우 5년간 피선거권을 박탈하도록 한다. 이번 사건으로 내년 4월 21대 총선의 길이 차단될 수 있다는 얘기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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