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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컵 규제 비웃는 플라스틱컵·종이컵 쓰레기…"이제 보증금 내세요"

최종수정 2019.02.23 09:05 기사입력 2019.02.2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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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에선 유리컵, 나갈때 일회용컵 옮겨 담아 '이중 사용'
재활용 쉽지 않지만 단속 대상 아닌 종이컵 사용 되레 증가
정부, 내년 보증금 부활 제도 추진…현장에선 우려 가득

소규모 커피숍 바로 옆 쓰레기통은 일회용컵으로 가득하다./윤동주 기자 doso7@

소규모 커피숍 바로 옆 쓰레기통은 일회용컵으로 가득하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정부가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위해 커피전문점서 일회용컵 사용을 전면 금지한 지 6개월이 흐른 가운데 현장에서는 여전히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시내 주요 상권의 대형매장 내부에서 대부분 머그컵·유리컵을 사용해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대부분 머그컵을 쓰다 음료가 남으면 일회용컵에 옮겨 담는 '이중 사용'이 빈번했다. 당초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기 위핸 정책 목적에 대해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다. 게다가 일회용품 플라스컵 사용을 줄이기 위한 규제에 오히려 또 다른 일회용품인 종이컵 사용이 늘어나는 점도 실효성 논란을 부추긴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정부는 내년부터 커피전문점 등에서 일회용 종이컵이나 플라스틱컵에 음료를 담아 가져갈 때 컵 보증금을 내는 방안을 추진중이지만, 이를 바라보는 현장의 시선엔 우려가 가득하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의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직원들이 매장에서 음용 여부를 묻고 머그컵에 제공, 테이크아웃일 경우에만 일회용컵에 담아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었다. 매장 내에서 일회용컵에 마시는 사람은 없었다. 테이크아웃하겠다고 일회용컵에 담아 놓고 매장에 앉는 '얌체 손님'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만, 지켜보는 2시간동안 10명 중 9명이 남은 음료를 일회용컵에 담아 달라고 한 뒤 매장을 나갔다. 직원 최 모씨(23)는 "시내에 위치한 대형매장이다보니 환경부 규제 교육도 받고, 소비자들 의식도 많이 개선돼 현장에서 잡음은 거의 없다"며 "다만, 매장에 머무르던 손님이 머그컵을 쓰다 음료가 남으면 일회용컵에 옮겨담는 요구가 많다보니 생각보다 일회용컵 사용이 줄어들지는 않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고객이 매장 밖으로 들고 나온 플라스틱컵은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하다. 밖에서 버려지는 플라스틱컵은 재질이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폴리스틸렌(PS), 폴리프로필렌(PP) 등으로 제각각인 데다, 세척이 되지 않아 대부분 재활용되지 못하고 소각된다.


서울의 한 관공서에 입주한 커피숍, 매장내 플라스틱컵 등 일회용컵 사용은 여전하다./윤동주 기자 doso7@

서울의 한 관공서에 입주한 커피숍, 매장내 플라스틱컵 등 일회용컵 사용은 여전하다./윤동주 기자 doso7@


매장에 있던 대학생 김지은(24) 씨는 "잠깐 실내에 앉았다가 갈 건 데도 유리컵에 주고, 다시 그걸 플라스틱컵에 담으니 비효율적"이라면서 "취지는 좋지만 실효성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같은 날 인근 규모가 작은 프랜차이즈의 커피전문점에서는 따뜻한 음료가 대부분 종이컵에 제공됐다. 종이컵은 일회용품이지만 현행법상 단속 대상은 아니다.


점주 김 모(49) 씨는 "머그ㆍ유리컵 등 설거지 부담으로 '설거지옥(설거지+지옥)'이란 신조어가 등장했을 정도"라면서 "식기세척기를 사용해도 결국 사람이 다시 헹궈야 되고 인건비 부담에 종이컵을 쓰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방수 처리한 종이컵도 온실가스 배출 주범으로 재활용이 쉽지 않다는 것. 현재 일회용 종이컵의 재활용률은 1% 안팎으로 추정된다.


환경운동연합은 "일회용 종이컵은 내부에 코팅처리(폴리에틸렌ㆍPE)를 하기 때문에 재활용이 어렵다"며 "종이컵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은 플라스틱컵과 차이가 없다"고 전했다.

한 커피전문점에 정리되지 않은 머그컵.

한 커피전문점에 정리되지 않은 머그컵.



결국 플라스틱컵 사용 규제로 인해 오히려 종이컵 사용은 늘고, 또 이중 사용으로 정작 플라스틱컵 사용도 당초 기대한 만큼 줄어들지 않았다는 게 현장에서 확인이 되는 셈이다.


환경부는 상반기 중으로 종이컵 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일회용품 감축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올해 일회용 컵 사용을 40억개 이하로 줄이는 게 목표다. 2015년 전국에서 소비된 일회용 컵은 61억개로 추산된다. 여기에 추가 규제도 추진한다. 내년부터 종이컵이나 플라스틱컵에 음료를 담아 가져갈 때 컵 보증금을 내는 제도 부활을 검토 중인 것. 2008년 없앤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를 11년 만에 부활시키는 것으로 일회용 종이컵이나 플라스틱컵에 음료를 담아가려면 돈을 내야한다. 당시 컵 회수율이 37%로 저조한 데다 보증금의 사용처가 불분명하다는 비판이 커 폐지됐고, 컵 보증금은 50~100원이었다.


환경부는 이런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번에 법으로 명문화할 계획이다. 이미 2016년 8월 자유한국당 문진국 의원은 일회용 컵에 보증금을 붙여 판매대금을 높이는 내용의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개정안에선 보증금 액수나 보증금 관리 등 구체적 내용은 환경부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환경부는 이 법이 통과되면 업계와 시민단체 등과 협의해 보증금을 얼마로 할지, 이를 위반한 경우 어떤 제재를 내릴지 정할 예정이다.


일회용컵 규제 비웃는 플라스틱컵·종이컵 쓰레기…"이제 보증금 내세요"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커피전문점의 한 가맹점주는 "설거지가 쌓이면 영업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는데 종이컵까지 사용 못하게 하는 건 너무하다"면서 "보증금 제도가 부활하면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가맹본부 관계자는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다회용컵 사용에 대한 정부 홍보도 이뤄지지 않은 채 규제만 밀어붙이다 보니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시민 의식 개선이 먼저"라고 꼬집었다.


직장인 박하연(32) 씨는 "일회용컵 이용 시 돈을 더 내야 한다면 결국 가격인상인 셈"이라며 "귀찮은 사람들은 컵을 돌려주지 않고 보증금을 받지 않을텐데, 미환불 보증금은 어떻게 관리되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경부는 쓰레기가 사회문제로 대두하면서 일회용품 규제에 대한 시민 공감대도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에 제도 보완과 함께 지속적인 캠페인을 통해 효과적인 일회용품 저감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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