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금융기관 자금 차입 비중, 폐업기 소상공인이 34.2%
담보 부족 등 은행대출 어려운 소기업 중심 대출도 많아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영세 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 지난달 서울 종각역 인근 먹자골목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60조원에 육박하는 저축은행의 대출 증가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것이 8년 전 저축은행 영업정지 악몽 때처럼 현재 부실 위험도를 높일 수 있다고 금융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폐업기의 소상공인들이 저축은행을 찾아 대출을 받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신용보증재단중앙회가 발간한 '소상공인금융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문 닫기 직전까지 몰린 자영업자들이 저축은행을 포함한 제2금융권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소상공인의 자금차입 원천별 비중은 19.2%에 달했다. 은행은 53.0%였다.
◆ 문 닫기 직전 소상공인들, 비은행금융기관으로
보고서는 "개점 초기나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에서는 제1금융권에서 자금 조달을 받지만, 폐업기에는 비은행금융기관의 비중 평균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비은행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차입하는 비중을 보면 폐업기 소상공인이 34.2%를 차지했다. 반면 개점초기는 21.5%, 성장기는 19.5%에 그쳤다. 성숙기는 16.8%, 쇠퇴기는 18.9%였다.
업계는 "일반은행에서 담보의 70%까진 개인담보대출을 받고, 저축은행에서 담보의 나머지 25%를 개인사업자대출로 받은 자영업자들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경기가 둔화되며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중소기업들도 저축은행에 손을 더 벌렸다. 아직까지 저축은행의 경영상황은 양호하다는 게 금융감독원 평가지만 자영업자 연체율이 높아지며 마음을 놓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나이스평가정보가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금융업권에서 돈을 빌린 자영업자 중 돈을 갚지 못한 채무 불이행자 비율은 2017년 말 1.32%에서 지난해 1분기 1.36%, 2분기 1.39%, 3분기 1.41%, 4분기 1.43%로 계속 올라가는 추세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도 "업계 전반적으로 저축은행의 대출위험도가 상승하는 중"이라고 우려했다.
일반은행에 비해 저축은행의 이자도 비싸다. 지난해 12월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은행의 기업대출과 가계대출 금리는 각각 7.79%, 14.32% 였다. 일반은행보다 4.02%포인트, 10.71%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소기업도 비은행금융기관서 신규대출
중소기업 중에서도 소기업(5~49인)들이 저축은행 같은 비은행금융기관에서 신규대출을 주로 받았다. 담보 부족 등을 이유로 일반은행 대출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IBK연구소가 발간한 '2018 중소기업 금융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중소기업 중 3.8%가 비은행 금융기관에서 신규대출을 받았다. 이 중 대다수가 소기업과 매출액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었다.
비은행금융기관 대출 이용 기업 중 저축은행을 통해 자금조달한 기업은 13.8%였다. 업종별로는 건설업과 서비스업, 제조업이 대부분이었다. 비은행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이유는 '은행에 비해 대출절차가 까다롭지 않아서'(41.7%)로 가장 높았다. 보고서는 "'은행이 대출을 거절해서'라는 응답은 소기업, 매출액 50억원 미만 기업에서 높게 나타났다"며 "기업규모가 작은 기업에서 은행의 대출 여건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저축은행들의 지난해 1~3분기 순이익은 8513억으로 집계됐다. 기업 건전성을 나타내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작년 9월말 15.4%로 규제비율(7~8%)보다 높았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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