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언중유골’ 신경전 뒤에 가려진 총선 셈법…홍준표·김무성 등 정치대주주 선택 관심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김혜민 기자]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그런 것 같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24일 자유한국당 서울시당 간담회 직후 "당 대표가 될 경우 수도권 선거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민감한 질문에 특유의 '원론적인 화법'으로 답변했다.


그는 2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21대 총선 '황교안 필패론'이 벌써부터 흘러나오면서 한국당 내 기류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당권과 대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결국은 새로 선출되는 당 대표의 공천권을 놓고 사생결단의 힘겨루기를 하는 모양새다. 과거 당권을 장악한 주류의 '공천학살'에 대한 트라우마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황교안 당 대표 체제가 현실화할 경우 내년 4월 제21대 총선의 공천 구도는 달라질 수 있다. 당내 '정치 대주주'를 자처하는 이들은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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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월 앞으로 다가온 21대 총선의 공천 결과는 2022년 대선의 밑그림 작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한국당 계열 정당은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친박(친박근혜) 대학살', 홍준표 전 대표 시절 '반(反)홍준표 학살' 등 전국 단위 선거가 있을 때마다 공천권을 놓고 논란을 빚었다. 당원과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줬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당 대표의 영향력이 지대할 수밖에 없다.


한국당 주요 대선주자들은 황 전 총리가 당 대표가 돼서 비례대표와 대구·경북(TK)에 자기 사람 심기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2월 전대에서 '방관자'를 자처할 경우 현재의 당내 역학 구도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방심하다가는 공천 학살의 칼날이 자기 계파로 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대를 앞두고 유력 후보자들을 겨냥한 견제구가 더욱 날카로울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아직 출마 여부를 고심 중인 김무성 의원의 '당권·대권 분리' 주장도 그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김 의원은 24일 "대권을 생각하고 있는 지도자라면 이번 전대에 나와선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그러면서 과거 여당의 사례를 들었다.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가 당 대표로 당선된 후 전략공천으로 경쟁자들을 탈락시켰고 그 결과 손학규·안철수 의원이 탈당한 점을 꼬집은 것이다.


사실상 현재 한국당을 이끌고 있는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황 전 총리를 공개적으로 공격한 것도 그 일환으로 보인다. 김 비대위원장은 전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황 전 총리가 나오면 친박 프레임, 탄핵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홍 전 대표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거론했지만 '칼끝'은 황 전 총리를 향했다. 이에 대해 정두언 전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김 비대위원장의 불출마 선언은 대권 선언을 한 것이라고 단정했다. 당권과 대권의 분리를 주장하는 속내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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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전 시장은 물론이고 홍 전 대표는 변화하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홍 전 대표는 25일 대구에서 TV홍카콜라 게릴라콘서트를 열면서 보수텃밭 지키기에 나섰다. 오 전 시장도 대구 동화사 방문과 권영진 대구시장 면담 일정을 잡아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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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홍 전 대표는 지난 22일 "뒷방에 앉아 대통령 놀이를 즐겼던 사람이 집안이 살아날 기미가 보이자 이제 들어와 안방 차지하겠다는 것"이라는 언중유골(言中有骨) 발언을 페이스북에 전한 바 있다. 특정인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황 전 총리를 향한 견제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홍 전 대표가 전대 불출마에서 출마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황교안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와 무관하지 않다. 홍 전 대표는 설 연휴를 앞둔 오는 30일 출판기념회에서 전대 출마 여부를 밝히기로 했다. 그의 선택에 따라 김 의원 등 한국당의 다른 대주주들도 2020년 4월의 정치 계획표를 다시 짜기 위한 숙고(熟考)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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