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손의 유혹, 불법대출]일상으로 파고든 '연이율 3500%' 고리대금
전통시장·대학가 등 명함형 전단
등록번호 없이 공정위 로고까지 박고
신속·무이자 유혹…햇살머니 등 서민금융 위장도
올 벌써 826건 적발…하루 평균 스팸문자도 1920건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정준영 기자]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의 영천시장 곳곳에는 명함 형태의 대부업체 광고물이 점포 주변 길가, 매대 위에 뿌려져 있었다. '무조건 대출' '달돈(월부금)만 합니다' '○○엄마 일수' '2번째로 전국에서 싼 일수' 등 문구도 다양했다. 대출금에 따라 날짜별로 상환해야 하는 금액을 계산해 표로 제시해놓기도 했다.
약 20분 동안 시장에서 발견된 대부업체의 광고물은 20장이 넘었다. 그러나 '등록업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의 로고까지 박은 광고가 무색하게 대부분은 무등록 불법 대부업체들로 확인됐다. 등록번호와 사업자번호가 기재된 정식 등록업체의 광고물은 단 1장뿐이었다.
경기도 안양의 한 대학 주변 주택가에서도 대부업체의 명함형 전단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신속 소액 대출' '한 달 안에 갚으면 무이자'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지만 이들 역시 등록번호 등이 없는 불법 대부업체였다. 대학생 조모(23)씨는 "거의 매일 길가에 대출 광고가 보인다"며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만약에 갑자기 돈이 필요하다면 생각날 것 같다"고 말했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을 대상으로 살인적 이자를 적용, 고혈을 쥐어짜는 '불법대출'이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대부업법) 위반 적발건수는 2014년 1259건에서 2015년 781건으로 감소했다가 지난해 808건으로 재차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들어서는 1~8월에만 826건이 적발돼 이미 작년 수준을 뛰어넘었다. 최근 경기도 고양에서는 적게는 1783%에서 많게는 3476%의 연이율을 적용한 무등록 대부업체가 경찰에 적발됐다.
문제는 이러한 불법대출이 급전이 필요한 저소득층 서민 등 '금융약자'를 노리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무등록 대부업체들은 전통시장과 주택가 등에 명함형 전단 살포는 물론 스팸 문자메시지와 이메일 등을 전송해 불법대출에 대한 노출을 일상화시키고 있다. 실제 방송통신위원회의 '스팸 유통 현황'을 보면 올 상반기에만 34만6022건의 불법대출 스팸문자가 뿌려졌다. 하루 평균 1920여건꼴로, 분류가 이뤄지지 않거나 집계되지 않은 스팸을 포함하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불법 업체들은 합법을 가장하고 있다. 현행 대부업법 9조에는 명함형 전단 등 모든 대부업체의 광고물에는 업체의 명칭 또는 대표자의 성명을 비롯해 대부중개업 등록번호, 대부이자율 및 연체이자율, 과도한 채무에 따른 경고문구, 이자 외 추가비용 등을 적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등록업체'라는 문구만 적은 채 등록번호 등은 없이 '소액대출' '쉽고 간편한 대출'을 강조한다. 심지어 공정거래위원회, 우체국 등 마크를 도용해 공신력 있는 대부업체로 포장한다. 최근에는 '햇살머니' '미소금융' 등 유사 명칭을 사용해 마치 서민금융인 것처럼 위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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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제작된 광고는 전통시장이나 대학가 원룸촌, 구도심 주택가 등 '금융약자'들이 상대적으로 밀집한 지역에 뿌려진다. 무등록 대부업체에서 일했다는 한 전직 직원은 "오토바이를 타고 명함형 광고 전단을 길가에 뿌리는데 고급 아파트 주변은 피하고 돈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법한 동네에 찾아가 뿌리라는 주문을 받았다"며 "주로 가던 곳은 장사가 어려운 전통시장, 대학 주변 주택가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보라고 대로변에 던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급전이 필요하다면 먼저 서민금융진흥원의 문을 두드려 서민상품에 대한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사정이 어려워 대부업을 이용할 경우 광고 등을 보고 결정하지 말고 대부업체를 조회하는 사이트에서 등록된 업체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준영 기자 labr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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