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北의 EMP 공격 능력에 회의적
"군사적 이유로 과장된 것"…"과학적 근거 부족"
[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북한의 전자기파(EMP) 공격 역량과 관련해 일부 전문가들이 경고하고 나섰지만 EMPㆍ핵물리학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회의적인 진단을 내렸다.
제임스 울시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지난 9월 15일(현지시간)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신 위성 탑재 핵무기 폭발로 미국의 사회기반시설을 마비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위성 탑재 핵무기 폭발이란 EMP 공격을 말한다. EMP 공격은 전기ㆍ전자 기기가 망가질 만큼 매우 강력한 전자기파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백㎞ 상공에서 핵폭탄을 터뜨릴 경우 즉각적인 인명 피해는 없으나 순간적으로 엄청난 강도의 전자기파가 발생해 넓은 지역에 전자기기 파괴, 정전, 통신두절 같은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의회 EMP위원회는 보고서에서 북한의 위성 핵탄두 한 발이면 미 국가전력망과 핵심 기간시설들이 1년 이상 마비돼 미국인 10명 가운데 9명은 기아ㆍ질병ㆍ사회붕괴 때문에 목숨을 잃을 것으로 추산했다.
1ㆍ2차 북핵 위기 당시 영변 핵시설 사찰을 주도하고 현재 미 민주주의수호재단의 수석 고문으로 활동 중인 올리 하이노넨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도 지난 9월 11일 북한의 EMP 공격 역량에 주목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북한의 EMP 공격 가능성은 지난 9월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부각됐다.
그러나 EMPㆍ핵물리학 전문가인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웨이드 앨리슨 명예교수는 7일 VOA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EMP 공격시 긴 전자기파가 발생하려면 많은 전류가 흘러야 하는데 핵분열 과정 중 어느 단계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겠다"며 "EMP 공격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과학적 분석조차 접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EMP를 둘러싼 경고가 "군사적 이유로 과장된 것"이라며 "이는 적은 비용으로 상대방에게 겁을 주려는 군사전략"이라고 주장했다.
미 펜실베이니아주 주니아타대학의 제임스 보거트 물리학 교수도 EMP 공격 가능성이 "아직 이론에 불과하다"며 "1000번 가까운 실험을 거친 핵무기와 달리 EMP는 실험에 기반하지 않은 과학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이 분야에 심도 있는 지식이 축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핵폭탄이 대기권에서 폭발할 경우 EMP가 무조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그 여파가 전력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일부의 주장과 달리 심각한 피해를 가할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관련 실험도 실제 상황과 동일한 대기권이 아닌 소규모 실험실 등에서만 행해졌을 뿐이다.
핵ㆍ미사일 확산 문제 전문가인 미 신시내티대학의 딘쇼 미스트리 정치학 교수는 "EMP 공격이 성공하려면 고도의 정확성을 필요로 한다"면서 "그러나 북한은 이런 역량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EMP 공격으로 미국인 90%가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해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국가안보 및 핵무기 통제 전문가인 미 코네티컷주 소재 뉴헤이븐대학의 하워드 스토퍼 교수는 "북한의 EMP 위협을 우려할 필요 없다"고 일축했다.
미 국무부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테러위원회에서 활동한 스토퍼 교수는 "EMP 공격에 대한 우려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모르겠다"면서 "EMP 공격으로 광범위한 지역에 영향을 미치기가 매우 어려운데다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를 막기 위해 주요 컴퓨터 시스템에 방어막까지 설치해놨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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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EMP 공격에 나서려면 핵폭탄을 터뜨려야 하는데 이는 미국과 전쟁한다는 뜻"이라며 "북한이 이런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적다"고 내다봤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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