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의 Economia] 탈향과 귀향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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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결국은 치킨집'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40대 이상 중년층의 가혹한 현실을 지켜본 2030 청년 세대들은 자신들의 불투명한 미래를 이렇듯 자조 섞인 유머로 표현했다. 장기불황이 이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은 포화상태에 빠졌다. 한 집 건너 커피숍, 편의점, 치킨집이 경쟁적으로 들어서는 것만 봐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베이비붐 세대들의 대거 퇴직으로 이 수치는 계속 늘고 있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창업한 전체 사업자는 122만6443명으로 2015년(119만1009명)보다 3.8% 증가했다. 2002년(123만9370명)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많다. 하지만 경쟁이 심각한 만큼 탈락자도 대거 발생한다.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는 2011년 이후 5년 만에 최대인 약 83만 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 73만9420명에서 83만9602명으로 13.5% 늘었다. 이는 2011년 84만5000명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창업한 40~50대들은 사실상 아무런 대책 없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생계형 자영업자들은 빚더미를 떠안은 채 파산하기 일쑤다. 지난 24일 공개된 금융감독원의 '자영업 대출의 실태 분석'에 따르면 160만2000명의 자영업자가 521조 원의 빚을 지고 있다. 이 중 생계형 자영업자 17만7000명의 빚은 12조5000억 원이다.


뒤늦게 정부가 맞춤형 가계부채 지원책을 수립해 자영업자의 상환부담을 덜고 경제활동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기대만큼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존 프로그램에 명칭만 변경한 것에 불과해 전체적으로 부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약자인 기층(基層)의 생존을 보호하는 사회적 장치는 여전히 빈약한 수준이다.

우리와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중국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기층의 퇴로를 열어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퇴로를 남겨둔다는 것은 단순히 실업사태를 미연에 방지해 사회 안정을 도모한다는 국가 전략의 수준이 아니다. 그보다 사회보장 체계가 아직 부족한 상황에서 시장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을 어떻게 보호하느냐의 문제다. 경쟁에서 밀려난 이들을 돌보는 것은 사회의 책임이기도 하다.


중국은 기층 약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면서도 경제 성장과 사회적 안정을 동시에 이뤄냈다. 2008년 중국은 경제 위기가 닥쳤을 때, 해고당한 농민공(農民工)들이 도시 길거리에 내앉지 않고, 고향으로 돌아가 다시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들에게는 농촌에 농사지을 땅이, 함께할 가족이 있었다. 즉, 토지와 농업은 기본 소득의 원천이자 도시생활의 실패를 만회할 수 있는 일종의 사회보장 또는 보험인 셈이다. 이는 기본 소득과 사회보장 개념이 제대로 구비되지 않은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탈향과 귀향 사이에서' 저자 허쉐펑(賀雪峰)은 오랜 현장조사를 바탕으로 중국의 발전 및 도시화와 농촌 문제를 조명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제지표와 산업화의 요소뿐 아니라, 그 배후의 중국식 '도농 이원구조'를 알아야 한다. 중국은 6, 7억의 농민 인구와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해 일하는 농민공 2억여 인구, 즉 농촌 호적 인구가 9억에 달한다.


젊은 농민공 세대가 도시로 나가 일하면, 나이 든 부모 세대는 농촌에서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유지하고 어린 손자손녀를 키워 다음 세대의 노동력을 재생산한다. 그러다가 농민공 세대가 장년이 되면 귀향하고, 성장한 아이들은 도시로 나가 일을 한다. 중국 농민은 세대별 분업에 기초한 반농반공을 형성해, 도시에서는 임금노동을 제공하고, 농촌에서는 자급자족 소농경제로써 전통적 생활을 영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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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쉐펑은 "중국 농촌이 중국 현대화의 안전판이자 저수지로 기능하고 있기 때문에, 즉 중국이 독특한 도농 이원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인 농민공의 생활을 보호할 수 있었으며, 대내외적 위기 속에서도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문화부 기자 ksy1236@



<탈향과 귀향 사이에서/허쉐펑 지음/김도경 옮김/돌베게/1만6000원>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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